정라곤 논설실장/시인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리에 끝이 났지만 개막식과 폐막식 전후로 크게 떠올랐던 두 여인이 정치적 흥행몰이를 했다. 한반도에서 평화·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기에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됐고 우리 국민의 관심을 끈 파워 우먼은 개막식 때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 제1 부부장과 폐막식에 참석한 이방카 미 백악관 고문 겸 보좌관이다. 이 두 여성이 방한하면서 갖고 온 임무나 지위보다는 북한과 미국의 최고권력가의 혈육이라는 데 더 관심이 모아졌던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으로 올림픽 개막식과 이후 공식 행사장에서 최대 화제를 몰고 다녔다. 경기장, 청와대 만찬 등 어느 장소에서든 ‘미소 공세’로 분위기가 압도될 정도였으니 그 영향으로 인해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펜스 미국 부통령의 국내 여러 활동에도 불구하고 김여정만큼 뉴스를 타지 못했던 것이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펜스 부통령이 평창올림픽 외교전 1라운드에서 김여정 부부장에게 패배했다고 말할 정도다.

그랬으니 미국 언론들이 계획적으로 이방카 보좌관 띄우기에 열중했다. CNN방송에서는 이방카 보좌관이 평창올림픽 폐막식 미국 대표단장으로 확정된 후부터 관심을 보였다. 한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미국의 매력총사령관 이방카, 한국에 착륙하다’라는 제목의 기사 내용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김여정 부부장과 비교하면서 미국의 실추된 이미지 보완에 신경을 썼던 것이다. 미국현지에서도 북한 김여정에게 헤게모니를 넘겨준 북핵 평창 외교1차전 때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려는 미국의 시도라는 분석도 있었다. 미국 정가에서는 이방카에 대해 명성과 카리스마, 스타 파워 등 상징적 측면에서 “트럼프 미 행정부 최상의 얼굴”이라고 치켜 올린 것도 방한 기간 중 그의 역할에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방카 보좌관이 방한 첫날부터 각종 국내외 언론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딸에 대한 취재에 열중했다. 심지어 방한하는 비행기와 좌석을 두고도 상세히 보도할 정도였다. 미국행정부의 부통령 전용기 등을 탑승할 수도 있었겠지만 굳이 대한항공 KE 094편을 탔고, 비즈니스 좌석을 이용했다는 소소한 내용들은 이방카 보좌관의 평소 소탈한 성격과 인간 됨됨이를 잘 부각시키면서 ‘매력 최고사령관’ 등 수식어를 쓰면서까지 어필하고 있는 게 특이하다.  

현직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가 미 백악관 고문 겸 선임행정관으로 들어간 것은 아무래도 아버지 트럼프의 영향력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그는 아버지가 졸업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 스쿨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유능한 인물이다. 현재 미국에서 대통령이 신임하는 최측근 인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바 그것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이방카가 보인 정치적 감각과 능력이 뛰어났음을 아버지 트럼프 대통령은 익히 잘 알았을 터. 이번 방한에 때맞춰 미국언론에서 띄운 “트럼프 행정부의 최상의 얼굴”이라고 치켜 올린 것도 빈말이 아니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미국이 북한과의 입장이 미묘한 상태에서 대화와 제재라는 이중적 잣대 가운데 어느 것을 추가 선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북핵 평창 외교2차전에 나선 이방카 보좌관이 국제여론에서 비교우위의 기선 잡기가 매우 유의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입장에서 미국 정부나 정계에서는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는 미국대표단장으로 선정된 이방카 보좌관에 대해 그 직분과 역할을 잘 수행하리라는 예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 해결점은 북한의 핵포기를 통한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는 데 있어 미국이 중심축이기를 트럼프 행정부가 기대하는 것이다.

이방카 보좌관이 방한한 첫날 문재인 대통령은 만찬 등 몇 차례 공식행사를 가지면서 현안과 관련된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미국이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행사가 되기 위해 많은 지원을 한 점은 사실이므로 그 점에 대해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미국의 폐막식 대표단장인 이방카 보좌관에게 감사 표시도 전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한반도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견인하기 위해 맞춤형 대북(對北) 압박카드를 내놓으면서 북미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차제에 남북한 해빙 무드 등 남북관계 개선이 더 무르익을 수 있게 미 트럼프 행정부가 노력해주도록 이방카 보좌관에게 그 뜻을 전달하는 것은 우리 정부로서도 마땅한 일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잘 조성되고 있는 남북 간 화해 무드에서 남북대화 등을 통한 관계 개선이 필연적이라 하겠으나 이에 못지않게 동맹국인 미국의 역할도 중차대하다. 한미동맹의 굳은 결속이 와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로 대북협상에 나서야 한다. 그렇다면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게 하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힘 대결의 ‘강(强) 대 강(强)’ 구조보다는 평창올림픽 개·폐막식에서 외교전의 상징이 된 김여정의 미소에다가 이방카의 예지(叡智)가 더해진 남북대화, 북미대회의 연착륙은 어떨까? 기대하는 바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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