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박물관 2전시실에 프랑스 파리에서 질러스 팔러사가 1900년에 생산한 사진관 영업용 디럭스 모델인 스텐드용 뷰 카메라 ‘스튜디오 스탠드 카메라 18×24(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카메라 유물들이 가득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5
카메라 박물관 2전시실에 프랑스 파리에서 질러스 팔러사가 1900년에 생산한 사진관 영업용 디럭스 모델인 스텐드용 뷰 카메라 ‘스튜디오 스탠드 카메라 18×24(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카메라 유물들이 가득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5

전문가를 위한 고급 DSLR부터 디지털 카메라, 휴대폰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카메라는 현대인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하고,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인물·풍경·사물 등 광각에서 접사까지 다양한 사진에서 스스로 찍는 셀프 카메라까지 활용법도 천차만별이다. 사실 카메라가 이처럼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온 지는 불과 50년 안쪽이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 덕분에 요즘은 고가의 카메라들이 십수년 사이 한쪽 구석에 방치되는 유물이 되기도 한다.

카메라가 없었다면 역사적인 순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은 존재하지 않았을 터이다. 카메라들의 변천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찾아갔다. 한국카메라박물관(김종세 관장)이다.

한국카메라박물관

소장 유물만도 1만 5000여점 넘어

전 세계 개인카메라박물관 중 최다

카메라사 족적 남긴 우수한 유물들

1839~2000년 당대 카메라 한눈에

기계식 작동원리 체험학습도 가능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나무로 만든 ‘그 녀석’은 참 고상했다. 빛 한줄기를 허락하지 않는 정교함을 보였고, 자연 소재인 나무가 품어내는 은은한 빛깔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벨로즈는 요염한 붉은 빛을 내고 있었고, 활동 부분은 황동으로 마감돼 깔끔하면서도 도도한 인상을 풍겼다. 렌즈보드에서 상하로 조정할 수 있고, 필름 면은 회전했다. 카메라는 품질에서 외관까지 그야말로 고풍스러움을 고스란히 풍기는 최고급 공예품에 속했다.

1909년 영국 런던의 마리온(Marion)사가 마호가니 원목으로 만든 대형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소호 트로피칼 리플랙스’다. 우리나라 보물로 따지자면 고려시대 청자급에 해당한다는 평가를 받는 카메라다.

김종세 관장이 아끼는 1909년 영국에서 제작된 ‘소호 트로피칼 리플랙스’다. 고려청자급 카메라라는 평가를 받는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5
김종세 관장이 아끼는 1909년 영국에서 제작된 ‘소호 트로피칼 리플랙스’다. 고려청자급 카메라라는 평가를 받는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5

이 카메라는 한 세기가 넘도록, 지구촌을 떠돌다 2000년대 초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김종세 관장의 눈에 띄었다. 한 차례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1907년산 소호 리플랙스를 중동 부호에게 밀려 카메라를 얻지 못했던 그는 단번에 이 카메라에 매료됐다. 이 카메라를 구입한 그는 한국에서 그간 모은 1만점이 넘는 카메라를 전시하는 박물관을 만들었다.

박물관에는 소호 리플랙스 뿐만 아니라 카메라 역사에 족적을 남긴 귀한 카메라 수천대가 수장고 혹은 전시관에 진열돼 있다. 은빛 리플랙스 카메라 군단을 지나니 단연 눈에 띄는 자태의 카메라가 있었다. 마치 총을 떠올리게 하는 모양의 ‘콘탁스 II 라이플’이다. 이 카메라는 베를린올림픽 촬영을 위해 히틀러 정부가 특별히 제작한 네 대 중 한 대다. 1대는 파손됐고, 2대는 행방불명으로 공식 공개된 유일한 카메라다. 베를린올림픽에서 신기록을 세우고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를 촬영했을 가능성이 있다.

마치 총을 떠올리게 하는 모양의 ‘콘탁스 II 라이플’이다. 세계에 단 네 대만 생산된 이 카메라는 베를린 올림픽 촬영을 위해 히틀러 정부가 1936년 특별히 제작한 네 대 중 한 대다. 손기정 선수를 촬영했을지도 모를 카메라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5
마치 총을 떠올리게 하는 모양의 ‘콘탁스 II 라이플’이다. 세계에 단 네 대만 생산된 이 카메라는 베를린 올림픽 촬영을 위해 히틀러 정부가 1936년 특별히 제작한 네 대 중 한 대다. 손기정 선수를 촬영했을지도 모를 카메라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5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30여년간 김종세 관장이 수집한 귀중한 유물 중에는 카메라 원조인 카메라 옵스큐라, 카메라 루시다와 1839년 카메라와 은판사진술이 세계 최초로 발명된 때부터 현재까지 카메라 발전사에 기여한 명기들이 수두룩했다. 소장하고 있는 유물은 카메라 3000여점, 렌즈는 6000여점, 유리 원판 필름, 초기 환등기, 사진 인화기, 각종 악세사리 등 1만 5000점이 넘는다. 세계적으로 이름이 있는 카메라들을 찾아다니며 수집한 관장 덕에 소장 유물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국제적인 경쟁력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갖고 있는 유물이 너무 방대해 현재 일반에게 공개되는 전시물은 소장품의 10% 수준이다. 미공개된 소장품들은 매년 특별전을 개최해 순환전시하고 있다. 특별전은 기능별, 국가별, 종류별로 구분하고 세계 카메라 발전사에 크게 기여한 명작, 역사적인 명기, 희소품 등을 새롭게 기획하고 있다. 특별전시실인 제1전시실에서는 이같은 기획전이 주로 열렸다.

1850년대 당시 기계식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들이다. 이때 카메라는 한 컷을 찍기 위해 오랜 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이 때문에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이 대부분 굳어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5
1850년대 당시 기계식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들이다. 이때 카메라는 한 컷을 찍기 위해 오랜 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이 때문에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이 대부분 굳어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5

현재는 지난 회 니콘 설립 100주년을 맞아 기념전을 진행하고, 올해 코닥 롤필름 발명 13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상설 전시실인 제2전시실에서는 카메라가 처음 발표된 1839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단위로 카메라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됐다. 지하에 위치한 제3전시실에는 사진인구 저변확대를 위해 문화강좌, 체험학습, 사진전시, 스튜디오, 암실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사진작가로도 활동하는 김종세 관장의 다양한 사진작품들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한국카메라박물관은 건물 외형부터 카메라를 연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건물 중앙 반원부분은 렌즈 경통의 단면을 형상화했고, 그 속에 있는 흰색 구조물은 1935년 생산된 독일 라이츠사의 밝기 F4.5에 초점거리 135㎜인 헥토르 3군4매 렌즈의 단면을 디자인했다. 상부에 조리개 모양과 후드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건물의 전체 모양은 무한한 우주공간을 촬영하려는 카메라의 단면 모습이다. 2002년 서울에서 수장고 형태로 운영하던 박물관은 지난 2007년 9월 12일 이처럼 카메라 모습을 형상화한 신축 건물을 지어 이사했다. 올해로 11년째 관람객을 맞고 있다.

한국카메라박물관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5
한국카메라박물관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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