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강원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결승전에서 한국의 이상호가 스위스의 네빈 갈마리니와의 대결에서 비록 패했지만 은메달을 따냈다는 기쁨에 환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4일 강원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결승전에서 한국의 이상호가 스위스의 네빈 갈마리니와의 대결에서 비록 패했지만 은메달을 따냈다는 기쁨에 환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고향인 강원 정선 사북에서 초등학교 1학년때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썰매장에서 처음 스노보드를 접해 '배추보이'로 불리는이상호(23)가 결국 큰일을 내고 말았다. 이상호는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아시아 최초 메달이자 한국 설상종목 최초로 올림픽 은메달을 따냈다.

24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올림픽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이상호(블루코스)는 네빈 갈마리니(32, 스위스)와 맞대결에서 0.43초차로 아쉽게 패했지만 설상종목의 신기원을 이뤄냈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이 강풍으로 인해 예선전이 연기돼 이날 예선전과 본선이 동시에 치러짐에 따라 체력안배가 변수로 작용했다. 20대 초반인 이상호가 30대 강호 선수들보다도 체력에서 앞설 것으로 예상돼 좋은 기운으로 바라보게 했다.

이상호는 예선에서 종합 3위의 성적으로 16강에 진출하며 메달 기대감을 한층 높여갔다. 예선 1차 시기에서 42초 16으로 11위를 기록했으나, 2차시기에서는 42초 90을 기록해 합계 1분 25초 06으로 전체 3위로 16강에 올랐다.

16강전부터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가운데 16강전 상대는 드미트리 사르셈바예프(21, OAR)였다. 이상호는 레드코스에서 레이스를 펼쳐 0.54초차로 가볍게 이기고 8강에 올랐다. 이는 올림픽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이상호의 질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8강과 4강에서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연달아 격파하며 거침없는 레이스를 펼쳤다. 8강전에서 이상호는 밴쿠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벤야민 칼(33, 오스트리아)을 0.94초차 앞서며 4강까지 올랐다.

이제 한고비만 넘으면 됐는데, 4강전에서는 소치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16강에서 김상겸을 제압한 잔 코시르(34, 슬로베니아)를 만났다. 이상호는 블루코스를 배정받았다.

평창 스노경기장에서 블루코스는 스타트와 마지막 스퍼트가 빠른 것이 특징이고, 레드코스는 중간주행이 빠른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블루코스는 레드코스로 달리는 선수를 너무 의식하다보면 자칫 큰 실수를 할 수 있는 위험이 높은 코스이기도 하다. 그래서 선수들은 주로 레드코스를 선택했고, 승률도 훨씬 높았다. 실제 실뱅 뒤푸르(36, 프랑스)는 준결승전과 3-4위전에서 모두 블루코스로 달려 두 차례 모두 코스를 이탈해 실격했을 정도로 블루코스는 마의 코스였다.

예선에서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한 선수가 먼저 선택권이 있는데 예선에서 2위로 올라온 코시르가 당연히 레드코스를 선택하면서 이상호는 블루코스를 배정받은 것이다.

이상호는 코시르와 4강전 맞대결에서 중반까지 0.16초차로 뒤졌으나 막판 스퍼트가 유리한 블루레인을 잘 활용하며 0.01초차라는 간발의 차로 극적으로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냈다.

이제 남은 건 네빈 갈마리니였다. 월드컵에서도 이상호가 이긴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내심 기대도 됐다. 그러나 갈마리니는 예선 1위로 통과하면서 레드코스를 선택했고, 이상호는 또다시 블루코스를 타야만 했다. 결국 갈마리니가 실수 없이 안정적인 주행을 펼쳐 0.43초차로 이상호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상호는 비록 결승에서 패했지만, 설상종목 사상 첫 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쌓았고, 아시아 선수로는 한 번도 서보지 못한 평행대회전 시상대에 섰다.

24일 강원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결승전에서 한국의 이상호가 결승선을 통과하며 은메달을 확정짓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4일 강원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결승전에서 한국의 이상호가 결승선을 통과하며 은메달을 확정짓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상호에 패해 3-4위전에 밀렸던 잔 코시르는 레드코스에서 레이스를 펼쳐 동메달을 따냈다.

예선 15위로 이상호와 함께 16강 티켓을 얻었던 김상겸은 잔 코시르에게 1초 14의 격차로 패했다. 그러나 김상겸은 소치대회에서 17위로 아쉽게 16강에 오르지 못했으나 이번 대회에는 16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예선에서 김상겸은 1차에서 43초 04로 25위로 부진했으나 2차에서 42초 84로 기록을 앞당겨 1분 25초 88로 15위의 성적으로 본선에 올랐다.

최보군(27)은 1차에서 43초 26으로 28위, 2차에서는 43초 52로 합계 1분 26초 78을 기록해 26위의 성적으로 예선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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