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한중일 서예전’이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3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한중일 서예전’이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3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서 한중일 국제학술포럼 열려

한중일 서예가ㆍ예술평론가 참석, 다양한 작품 한자리에

올림픽 기념해 열려… “3국, 필묵 공동체 형성의 신호탄”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서예는 모든 예술의 토대입니다.”

권창륜 서예가는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21세기 서(書)와 동아시아 평화’ 국제학술포럼에서 기조발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권 서예가는 “서예는 문자를 칼로 새기고, 필묵으로 쓰는 데서 탄생했다. 서예는 문학이자 시각예술이고, 춤과 노래이기도 하다”며 “보는 관점에 따라 모든 예술과 결부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제학술포럼은 한중일 3국의 서예가, 예술평론가, 학자 등이 참석했으며, 서(書)에 대한 한중일의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됐다. 서(書)는 문자를 필묵으로 쓰는 것을 말한다. 서(書)를 한국에서는 서예(書藝), 중국은 서법(書法), 일본은 서도(書道)라고 부른다. 예(藝), 법(法), 도(道), 이것을 통해 본래 한 뿌리인 서(書)를 한중일 각국이 어떻게 같으면서도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지 엿볼 수 있다.

권 서예가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한자문화권이며 전통시대 서예는 그림과 한 몸으로 동아시아 문예의 최고의 정수였다고 언급했다. 그는 “하지만 식민지 서구화 광풍에서 우리나라의 서예 위상은 여지없이 추락했다”며 “‘서예는 미술이 아니다. 그래서 예술도 아니다’라는 서구제국주의 잣대가 한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제도교육에서 서예를 아예 퇴출시켜버렸다”고 지적했다. 그 역사가 무려 100여년이나 됐다는 것.

그는 대중들의 서예 언어 상실이나 서예 문맹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럴수록 동아시아 미래 역사로서 다시 서예를 노래하는 것이 긴요하며 특히 다양성·다의성 측면에서 서예의 가치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포럼에서 발제한 김영기 서예가(한국서예단체총협의회 공동대표)는 ‘서예의 본질’에 대해 설명했다.

한중일 서예전에 공개된 작품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3
한중일 서예전에 공개된 작품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3

김 서예가는 “상형문자로부터 시작된 서예는 약 5천년간 내려오면서 다양하게 변화됐다. 여러 가지 이론이 있고 어느 것이 틀리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된 모습은 중요하다”며 “하지만 많은 변화가 있어 온 서예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라고 관중에게 물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붓을 잡고 글씨를 쓰면서 그 속에서 깨닫는 것”이라며 “또 깨우쳤다고 해도 자기가 쓰는 글씨와 접목시키지 못한다면 요란한 꽹과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서예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서예가는 “과거에는 우리나라에 서예학과가 여러 개 있었지만 최근 30년간 거의 다 사라졌다”라며 이 또한 서예의 가치를 깨닫지 못해서 온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500만명의 서예 인구를 자랑한다. 전국에 크고 작은 서예단체가 500여곳이 넘고 전문서예작가도 4천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는 개국 이래 최고의 서예 전성기”라며 “학교에서부터 우리 역사와 인성교육의 뿌리인 서예를 진흥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는 다음 달 18일까지 ‘한중일 서예전’이 열린다. 2018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기념하는 자리로 마련된 전시는 한중일 서예 전문가들의 추천으로 선정된 75명의 작가가 ‘서(書)’라는 공통분모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작품을 공개했다.

서예박물관 이동국 수석큐레이터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2020년 도쿄, 2022년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연달아 열린다. 체육과 문학은 하나라는 취지에서 이번 평창을 기념하는 ‘동아시아 필묵의 힘’ 전시가 계속 이어나가길 바란다”며 “전시와 국제학술포럼은 필묵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신호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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