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는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회의실에서 제9차 회의를 하고 있다.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는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회의실에서 제9차 회의를 하고 있다.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 강제성 없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수용’

정부-이통사, 보편요금제 도입 ‘이견’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정부가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결성했던 사회적 논의기구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지난 22일 회의를 끝으로 약 100일간 운영했지만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협의회는 지난해 11월 10일 제1차 회의를 시작으로 총 9차례 걸쳐 회의했다. 협의회는 이통사와 제조사 등 이해관계자 7명, 통신정책 관련 민간 전문가 4명, 소비자·시민단체 4명, 정부 부처 5명 등 총 20명이 위원으로 구성됐다.

협의회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및 자급률 제고 방안 3회(2~4차) ▲보편요금제 4회(5~8차) ▲기초연금수급자(어르신) 요금감면 1회(7차) ▲기본료 및 통신비 구조 1회(8차) 등 4가지 의제를 선정해 논의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서는 단말기와 서비스 유통을 분리해야 하는 필요성에는 동의했지만,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단말기 자급률 제고를 통해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분리해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단말기 자급률 제고를 위해서는 제조사의 자급 단말 출시 확대 및 이통사향 단말과의 종류·가격·출시시점 등의 차이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이통사의 유심요금제 출시 확대, 단말기 국제가격 비교 및 분리공시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갤럭시S시리즈부터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자급제 단말을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이통사를 통해 출시하는 제품과 자급제폰의 가격과 출시 시기 등을 차별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보편요금제와 관련해선 정부와 소비자·시민단체는 도입을 찬성했지만 이통사와 알뜰통신협회는 반대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보편요금제는 월 통신요금 2만원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말한다.

정부는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경쟁이 고가 요금제에만 집중돼 저가 요금제는 경쟁에서 소외되고 요금제에 따른 이용자 차별이 심화되고 있는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소비자·시민단체는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보편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통사는 보편요금제가 시장에 대한 개입 우려가 있고 경영·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점을 들어 부정적인 견해를 고수했다. 알뜰폰은 보편요금제와 알뜰통신의 타깃 고객층이 겹쳐 알뜰통신 사업자의 경영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협의회는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이통사의 노력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정부와 이통사는 보편 요금제 도입에 관한 실무차원의 협의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기본료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공약이었다. 하지만 기본료 폐지는 보편요금제가 대안으로 제시되면서 힘을 잃었다.

소비자·시민단체는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본료의 단계적·순차적 인하 또는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기본료 폐지 대신 보편요금제 도입이 더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통사는 기본료 폐지에 따른 손실이 과도하고 이동통신 산업의 특성상 요금수익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유일하게 이견이 없었던 것은 기초연금수급자의 요금감면이다. 저소득·고령층의 통신비 부담을 낮추고자 하는 정책 취지에 모두가 공감했다.

기초연금수급자에 대한 요금감면에 대해서는 저소득·고령층에 통신비 부담을 덜어 주고자 하는 정책 취지에 위원 다수가 동의했으며 협의회 차원에서 기초연금수급자 요금감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요금감면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어 정부는 이를 보완, 수용할 계획이다.

이러한 논의는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될 전망이기 때문에 쟁점 사항에 대한 논의는 국회로 공이 넘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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