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 김영철 노동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포함된 것에 대해 반대하고 방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 김영철 노동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포함된 것에 대해 반대하고 방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3
 

한국당, 청와대 항의방문… 운영위·법사위 파행
“방한 결정 철회하라” vs “정쟁 시도 중단하라”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북한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카드를 꺼내면서 국내 정치권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평화올림픽’을 구호로 내걸고 시작한 평창동계올림픽이 국론 분열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될 판이다.

여야는 23일 김 부위원장의 방남 소식이 알려진 뒤 이틀째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김 부위원장을 긴급체포와 사살 대상으로 지목하며 강력하게 반발한 한국당은 이날 청와대를 방문해 공식 항의서한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를 소집하는 등 투쟁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에 집결한 김성태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 70여명은 “문재인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 김영철의 방한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낭독한 뒤 정무수석실 소속 나소열 자치분권비서관에게 전달했다.

김 원내대표는 김 부위원장을 천안함 폭침과 목함지뢰 도발 등 대남 공격을 주도한 배후로 지목하고 “이런 쳐 죽일 작자를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초청한다는 것은 하늘이 두쪽 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아무리 북한에 목을 매고, 이판사판 막가는 정권이라도 받아들일 것이 있고,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 땅을 밟는 즉시 긴급체포해서 군사법정에 세워야 할 김영철을 받아들인다면 친북정권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당 소속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소집해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비판하고 나섰다. 여야 간 합이 없이 일방적으로 소집한 전체회의에 여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했다. 민주당 간사인 금태섭 의원은 의사일정 합의 없는 회의 소집에 항의하면서 “김영철을 사실하고 긴급체포 조치가 이뤄진다면 대한민국 안보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퇴장했다.

국회에선 상임위 곳곳에서 파행이 빚어졌다. 김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은 운영위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출석 문제로 법안 심의도 하지 못한 채 10분 만에 파행했다. 김 위원장은 김 부위원장 방남 문제를 따지기 위해 임 실장의 운영위 출석을 요구하며 정회를 선언했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오전부터 김 부위원장 방남을 두고 설전을 이어갔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 김정은의 남남갈등, 한미 이간 책동에 부화뇌동하는 친북 주사파 정권의 최종 목표를 결국은 연방제 통일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추 대표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남에 반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올림픽 기간 중 정쟁을 중단하자 다짐해놓고 뒤만 돌아서면 올림픽 훼방 세력으로 자유한국당의 모습에 국민의 실망감이 커져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3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추 대표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남에 반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올림픽 기간 중 정쟁을 중단하자 다짐해놓고 뒤만 돌아서면 올림픽 훼방 세력으로 자유한국당의 모습에 국민의 실망감이 커져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3

민주당 지도부는 천안함 폭침 배후설의 경우 김 부위원장이 배후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과 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 시절 김 부위원장을 남북군사회담 당사자로 접촉했던 사실을 꺼내며 한국당의 반발을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추미애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합동조사에서는 김영철의 연루 사실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국방부의 발표였다. 한마디로 지금의 한국당이 김영철을 트집잡는 행태는 올림픽 훼방 세력에 다름이 아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자신들이 여당일 때 높이 평가하던 회담의 당사자인 2014년의 김영철과 지금 거품을 물고 막고 있는 2018년의 김영철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이번 일을 핑계 삼아서 국회를 또다시 정쟁의 장, 민생입법 거부 핑계로 삼으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김 부위원장 방남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통일부는 ‘김영철 부위원장 방남 관련 설명자료’를 배포해 천안함 폭침 배후설에 대한 입장과 방남 수용 취지와 배경을 설명하는 등 논란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당 등 보수야당이 김 부위원장 방남 총력 저지에 나서면서 공방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한국당은 경의선 육로로 방문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막기 위해 길목에서 육탄 저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하는 등 투쟁 수위를 더 끌어올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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