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스킵 김은정(왼쪽)이 스톤을 딜리버리 하며 김영미에게 스위핑을 요청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1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스킵 김은정(왼쪽)이 스톤을 딜리버리 하며 김영미에게 스위핑을 요청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영미!영미!영미!!!!”

‘빨리 들어가서 스위핑을 세게 하라’는 뜻이다. 23일 여자컬링 한일 준결승전을 앞두고 웬만한 컬링 팬들은 ‘영미어(語)’를 어느정도는 익혔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깜짝 스타’로 떠오른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의 유행어 ‘영미’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에서도 그 중독성을 인정하고 있다.

22일 아사히신문은 ‘팀 킴’을 소개하며 한국 컬링에 빠져 무심코 ‘영미’를 외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미’ 열풍은 일상 속에도 스며들었다. 신문은 학교에서 복도를 청소하는 학생들이 컬링 흉내를 내며 ‘영미’를 외치고 있다며 “’영미’는 상대에게 빠른 동작이나 주의를 환기할 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예를 들어 회사에서 상사가 부하직원의 업무를 재촉할 때 ‘영미, 영미’라고 외치기도 한다”는 예시를 들기도 했다.

영미는 ‘팀 킴’의 리드인 김영미의 이름이다. 대표팀의 스킵(주장) 김은정이 경기 때마다 ‘영미’를 연신 외치는 소리가 귓가를 때리면서 평창올림픽의 최고의 유행어로 자리를 잡았다.

김은정은 매번 ‘영미’를 부르지만 다 같은 영미가 아니다. 억양과 강세에 따라 의미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김은정은 ‘영미’만 부를 때가 있는가 하면 “영미, 헐(Hurry의 줄임말로 강하게 문지르라는 주문)” “영미, 얍(Sweep, 중간 세기로 문질러라)” “영미, 워(그만 닦아라)” “영미, 업(up, 스위핑을 멈추고 기다려라)” 등처럼 용어를 섞어 쓰기도 한다.

컬링이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경기 초반에는 ‘이번 영미는 무슨 의미일까’라며 이런 저런 추측이 난무했다.

관심도가 커지자 주인공 ‘영미’는 ‘영미 사용설명서’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김영미는 “은정이가 급하게 ‘영미!’하고 세게 부를 때는 빨리 들어가서 세게 닦으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미를 부드럽게 천천히 부를 때는 스위핑을 준비하라는 의미”라며 “날 안부를 때는 (김)선영이가 닦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미를 중심으로 한 ‘팀 킴’의 관계도도 대표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 중 하나다. ‘팀 킴’은 영미와 영미 친구(김은정), 영미 동생(김경애), 영미 동생의 친구(김선영), 그리고 막내 김초희로 구성됐다. 모두의 성씨가 ‘김’인 부분은 이미 많은 외신들이 관심을 보여왔다.

무엇보다 ‘영미’와 컬링팀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들의 실력과 단결력, 비인기종목이었던 설움에도 묵묵히 노력한 성실함 때문이다.

영국 BBC 방송은 21일 ‘한국의 깜짝 컬링 슈퍼스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올림픽에서 한국인들의 마음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 사로잡혔다”며 “과소평가된 쿨한 한국 여성 컬러들이 거물들을 물리치고 있으며 메달도 딸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들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10여 년이 걸린 점을 강조하면서 의성 컬링센터 건립, 캐나다 출신 피터 갤랜트 코치 영입 등 그간 이뤄진 노력을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20일 “지난해 한국 컬링은 연맹 파행과 대중의 무관심, 훈련시설 미비 등으로 고난을 겪었다”며 “오늘날 그들은 메달을 두고 경쟁할만한 평창올림픽의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한편 여자컬링 대표팀은 이날 오후 8시 강릉컬링센터에서 일본과 결승행 티켓을 놓고 다툰다. 예선에서 유일한 1패가 일본전에서 나온만큼 그 어느때보다 주목되는 경기다. 이 경기에서 일본팀을 이기면 여자 컬링팀은 사상 최초의 올림픽 컬링 금메달에 도전하면서 한국 스포츠의 새 역사를 쓰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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