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북쪽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우리 정부에 알려왔다. 통일부가 밝힌 내용을 보면 북한이 22일 남북고위급회담 북쪽 단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2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경의선 육로를 통해 파견하겠다고 통보해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도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폐회식 참가가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을 진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며, 이러한 입장에서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방남을 수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번에도 남북 간에 어떤 교감이나 소통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방남 이후 이번에 김영철 부위원장까지 폐막식 행사에 참가토록 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남북 간 대화와 평화의 계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북측 최고위급 실세 인사들을 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에 모두 보내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여정 부부장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의 예정됐던 만남은커녕 인사조차 없이 헤어진 직후여서 이번 김영철 단장 일행의 행보에 더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마침 이번 폐회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도 미국 대표단장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형식적으로 본다면 ‘김여정·펜스 회담’이 불발된 이후 이번에는 ‘김영철-이방카 회담’도 조심스럽게 상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만난다 하더라도 알맹이 있는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북미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이다. 더욱이 우리 정부가 그 중재자 역할을 한다면 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이겠는가.

그러나 기대감은 갖되 과잉은 금물이다. 자칫 ‘김여정·펜스 회담’의 불발과 같은 일이 반복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정부는 원칙과 절제된 언행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에서도 김영철 방남이나 이방카 고문과의 접촉 등을 놓고 정쟁이나 이념 공방으로 가는 것을 삼가야 한다.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평화와 대화에 힘을 실어 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 힘으로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북한과 미국의 손을 잡고 북핵을 논의할 수 있는 협상 테이블로 딱 한 걸음만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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