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평창은 감동과 평화의 에너지로 넘치고 있지만 서울 여의도는 여전히 증오와 대결의 독설로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평창을 일부 정치권에서는 ‘평양’으로 프레임화 시켜서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딱 지금의 우리 정치 수준을 그대로 반영하는 ‘키워드’가 아닌가 싶다. 경위야 어떻든 올림픽 정신까지 이념과 대결의 정치 수단으로 변질시키는 구태정치에 다름 아니다. 물론 그런 식으로 해도 일부이긴 하지만 여론이 따라주고 또 지지층이 뭉쳤으니 그렇게 몰고 갈 것이다. 그러나 그런 프레임으로 도대체 더 이상의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이런 구태가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통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증오의 독설로 무엇을 얻겠다는 건가

사실 평창동계올림픽은 북핵 문제를 비롯해 남북관계를 새롭게 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북측에서도 김여정 같은 깜짝 놀랄 인사를 보냈던 것이다. 이와 맞물려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방한까지 큰 주목을 받았던 배경이었다. 그러나 허탕이었다. 일본 아베 총리의 ‘재뿌리기식’ 훼방이야 익히 알고 있으니 그리 서운할 것도 없다. 하지만 모처럼 만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펜스 미 부통령의 무례한 태도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사연이 어떻든 우리 땅 평창에서도 그 어떤 ‘대화의 장’조차 마련치 못한 정부의 무능도 보통 실망이 아니다. 우리의 한계치고는 너무도 아픈 대목이다.

그럼에도 하나 더 짚어야 할 대목은 실망을 넘어 절망감까지 갖게 하는 것이 바로 정치권이라는 점이다. 평창을 ‘평양’으로 폄하하면서 남북 간의 작은 액션까지 비난하고 능멸한 곳이 바로 우리 정치권이기 때문이다. 평창 얘기만이 아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석한 가운데 벌어진 국회운영위에서의 설전은 ‘대결의 정치’, 딱 그 모습이다. 누가 옳고 옳지 않다는 식의 ‘시비론’이 아니다. 그 바탕에 깔린 서로간의 증오와 대결의 정치가 본질이다.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이런 현상은 ‘정치의 실종’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민주평화당으로 몸을 옮긴 박지원 의원의 발언도 이미 금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귀를 막고 싶을 정도의 언행은 정치판의 저급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정치 원로’라고 한다. 한국정치의 수준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싫으면 떠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금배지’에 발목이 잡혀 당적은 바른미래당에 둔 채 모임은 민주평화당에 가서 하는 몇몇 비례대표 의원들의 언행은 한 편의 ‘블랙 코미디’에 다름 아니다. 법과 윤리는커녕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그들이 쏟아내는 원망과 증오의 독설은 곧 우리 정치의 바닥을 보여주는 현실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곳에 무슨 건강함이나 희망이 있을 것이며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네가 죽어야 내가 살 수 있는 곳이 정치판이라면 그런 정치는 끝내야 한다. 평창올림픽의 환호와 박수 소리와는 달리 정치판에서 불어오는 증오와 대결의 칼바람이 두렵다. 끝내는 국민들의 피눈물을 요구할 그들의 탐욕과 오만함에 분노마저 치민다. 언제까지 이런 ‘막장 정치’가 계속돼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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