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경기를 관전한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경기 내내 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안타까운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오히려 소리 지르고, 박수치고 짜릿한 스릴까지 맛봤다. 수천명의 관중들은 아이스링크에서 열심히 뛰는 선수들과 함께 공감을 했고, 모두가 하나가 됐다. 정상적이지는 않고, 비이성적인 모습이기까지 했다. 이기고 지는 것보다 남북 선수들이 한데 어울려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경기 결과보다 더 중요했으니까 이런 광경이 벌어졌으리라.

지난 18일 원로 체육언론인들의 모임인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원들과 함께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경기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5~8위 순위결정전이 열렸던 강릉 관동하키경기장을 찾았다. 기대했던 북한 응원단을 경기장에서 볼 수 없어 다소 아쉬웠지만, 역사적인 단일팀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스포츠 언론인 생활 수십년 동안 여자아이스하키 경기를 끝까지 지켜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도 단일팀이라는 호재 때문인 듯 전혀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날 단일팀은 1~3피어리드 내내 스위스에게 끌려 다니면서도 속공과 팀웍플레이로 맞섰다. 3명의 북한선수가 경기에 출전했는데, 기본기는 스위스에게 열세였지만 체력과 정신적으로는 결코 밀릴 수 없다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골키퍼는 연이어 터지는 스위스의 파상공세를 육탄으로 잘 막아냈다. 경기 결과는 2-0 패배였다. 지난 10일 8-0으로 완패했을 때보다 그나마 스코어를 많이 줄였다. 한 선배 언론인은 “시간이 갈수록 단일팀이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나. 비록 경기를 지더라도 점차 향상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만 해도 단일팀의 효과는 분명 있었다”고 말했다. 

단일팀은 20일 스웨덴과의 7~8위전에서 6-1로 패배함으로써 이번 동계올림픽 모든 경기를 끝냈다. 표면적으로는 전패했지만 일본전 1골, 스웨덴전 1골 등 2골을 기록함으로써 앞으로 ‘미완의 가능성’을 남겨놓았다. 단일팀에게는 애초 승전보보다는 얼마나 서로 호흡을 잘 맞춰는가가 오히려 관심거리였다.

사실 단일팀은 한달 전에 급조해 적지 않은 논란을 빚었다. 단일팀은 이미 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에 북한 선수들을 합류시키는 방법으로 지난 1월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반대, 정부 관계자들의 일방적인 결정과 실언 등이 겹치며 국민적 반대여론이 비등했다. 남북 선수들이 아무리 열심히 훈련하고 뛴다고 해도 세계 수준과의 차이를 극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터였다.

어찌 보면 단일팀은 남북평화의 이상주의 명분을 앞세우다 희생양이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의 핵위기 국면에 물꼬를 트기 위해 북한측의 평화 공세와 올림픽 출전제의를 수락하며 상징적인 의미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정책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단일팀은 선수들 개인의 선택권을 중시하며 공정한 절차와 합리성에 근거한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는 값진 교훈을 던져주었다. 

스포츠 관계자들은 비록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경기적인 측면에서는 좋은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취지 자체는 나름 역사적인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따라서 단일팀의 시작은 미미했지만 앞으로 아이스하키, 더 나아가 남북체육 교류의 장으로 본격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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