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지난 17일 오후 4시 40분쯤 경기도 이천에 있는 쿠팡 덕평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났다. 3층 입구에서 불이 났는데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가 원인이었다. 연기가 3층 작업장 안쪽으로 밀려 들어왔다. 알바노동자 A씨의 증언에 의하면 탄내가 심하게 나고 눈이 따가울 정도였다. 작업장이 희뿌연 연기로 가득 찰 정도로 상황은 나빠져 가는데 안내 방송도 대피지시도 없었다. 3층 입고 작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 모두는 참다못해 자구책의 일환으로 스스로 바깥으로 나갔다. 감독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일하는 시간에 나오면 어떻게 하냐’면서 현장으로 복귀하라고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연기가 가득 찬 작업장으로 다시 들어가게 됐다.  

알바노동자 B씨는 연기가 가득 찬 현장으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해서 사무실을 찾아갔다. 관리자에게 상황을 설명했지만 귓등으로 들을 뿐이었다고 한다. “이런 불안전한 곳에서 어떻게 일을 하느냐”고 물으니까 “그건 본인이 선택할 문제”라면서 조퇴하려면 하라고 말했다. 외부에 사실을 알리겠다고 할 때도 ‘알리려면 알리라’고 대꾸했다. 퇴근이 임박한 시간이었지만 B씨는 바로 조퇴했다. 

쿠팡 측은 다음날 “면접 없이 출근하다보니 현장에서 업무 평가가 이뤄지는데 재출근 불가통보를 받아 출근이 불가능하다”면서 문자해고를 한다. 우선 ‘단기 알바’라고 하지만 엄연히 노동자인데 파리 목숨처럼 취급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B씨가 안전에 대해 문제 제기했다고 해서 해고한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입 닫고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B씨는 상황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조퇴 후 인터넷에 글을 올려 실상을 말하고 본인의 심정을 토로했다. 회사가 안전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 한 개인의 불만으로 치부하는 모습에 더욱 화가 났다. 그는 연기를 마시며 일을 하도록 강요받은 노동자들에게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베스트에 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는지 쿠팡 측에서 다음 날 문자로 사과하면서 원한다면 다른 알바자리를 우선적으로 알선해 주겠다고 말했다. 

B씨에 따르면 일하기 전에 핸드폰을 모두 회수해 갔다고 한다. 핸드폰이 없다면 화재나 비상시에 노동자들이 119에 신고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고 관리자나 가족에게 긴급 연락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비상시 무방비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노동부는 노동현장에서 핸드폰을 회수하지 못하도록 근로감독을 할 필요가 있다.  

쿠팡 이천 센터는 물류창고이기 때문에 종이 박스, 플라스틱 물질 등 인화물질로 가득 차 있다. 화재 안전에 더욱 주의해야 하는 곳이다. 물류센터에 막상 불이 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사상자가 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안전무력감’에 빠지게 만들 것이다.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현재 정부는 ‘29만 곳 안전대진단’을 진행하고 있다. 안전진단은 늘 해야 되는 일이다. 기간을 정해서 할 일이 아니다.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체계적인 대책을 내는 게 아니라 잇따른 화재에 대한 대응 성격이 강해서 문제라고 생각한다. 쿠팡 측이 보인 화재안전 불감증은 정부의 ‘29만 곳 안전대진단’을 무색하게 만든다. 쿠팡 같은 대기업은 변하지 않고 있는데 ‘캠페인성 안전대진단’을 한다고 무엇이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대한민국 어떤 곳도 안전을 상시점검하지 않으면 안 되는 법과 제도, 시스템을 만들고 일상적인 교육과 학습, 견학과 체험훈련을 통해 안전을 지켜내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쿠팡 같은 업소는 언제 어디서나 발견될 것이고 노동자들과 시민들은 상시 위험에 노출되고 화재 참사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쿠팡을 비롯한 모든 물류 센터와 창고에 대해서 특별한 소방점검과 안전점검을 벌이는 건 어떤가. 

쿠팡 화재 현장에서 노동자 B씨는 그냥 넘어가지 않고 끝까지 따졌다. 그가 시시비비 따지고 안전을 챙김으로써 이 칼럼도 쓰게 되고 언론에도 보도됐다. 한 사람의 참여와 참견이 이처럼 중요한 것이다. B씨는 일종의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되어 해고되는 불이익을 당했지만 용기 있는 시민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 안전의 역사에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믿는다. 시민이 함께 참여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감 놔라 배 놔라고 하자. 나아가 시민이 직접 나서서 감도 놓고 배도 놓자. 

행정안전부는 용기 있는 시민이 나설 수 있도록 ‘안전신고전화’ 같은 걸 운영하고 국회와 정부는 문제 있는 현장을 철저히 관리하는 안전시스템과 점검체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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