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계와 종교계, 앞장서 국정문제 해결 불구 이익집단으로 전락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최근 들어 정치계와 종교계 인사들이 상대방에 대한 비하 발언을 무분별하게 쏟아내며 정치·종교 간 논쟁이 가열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4대강, 소통 부재로 논란 확산

▲ 김문수 경기지사.
김문수 경기지사는 4대강 관련 발언으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지난달 29일 열린 실국장회의에서 경기도 양평 유기농 농가와 종교계를 향해 “물통 안에서 기도를 한다고 하는데 무엇을 기도하는지 모르겠다. 말도 안 되는 선동을 하고 있다” 등의 김 지사의 발언이 지역 언론에 게재되며 논란이 확산됐다.

천주교계와 농민들은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지사의 발언은 ‘4대강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와 유기농가 주민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발언이라며 비난했다. 또 김 지사를 향해 “천주교에서 ‘모세’라는 세례명을 받은 김 지사가 ‘물통 안에서 무엇을 기도하는지 모르겠다’ 등의 망언을 서슴지 않으며 주교들의 4대강 사업 반대의 뜻을 ‘말도 안 되는 선동’이라고 규정한 것은 문제 있다”며 공개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해 대해 안양에 사는 김창희(가명, 58) 씨는 “성직자들이 정부에서 내놓은 4대강 사업 같은 국책 사업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황에서 모임을 만들고 앞장서서 무조건적인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또한 지방정부도 지역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데 이를 못하다보니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소통의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정치 공방이 가열되면서 일각에선 정치와 종교계 간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종교 간 비하, 비난보다 대화로

▲ 김성광 목사.
이뿐만이 아니다. 민감한 정국 현안들에 대해 잇따라 거침없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는 강남교회 김성광 목사는 천안함 사태에 대해서도 군 내부 좌파·친북·종북세력들의 소행이 아니냐는 주장을 펴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또 김 목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서도 “결혼해서 남편을 섬겨봐야 얻어터지기도 하고 항복도 하는데, 결혼을 안 해봤으니까 사사건건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들고 싸운다”는 등 여성 비하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기도 했다.

김 목사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지난 2월과 4월 불교계에 선전포고를 하듯, “불교는 공산당” “불교를 깨부수겠다”는 발언으로 종교 간 화합을 깨치는 행보를 보여 기독교계 안팎에서 성직자의 자격이 의심된다는 비난을 산 바 있다.

김 목사의 영상 설교를 들은 한 네티즌은 “성직자가 자신의 정치 성향과 맞지 않다고 해서 전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이슈를 놓고 색깔을 입히는 것은 종교인의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며 “또 타종교를 비하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종교 간 대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타종교도 비하한다고 해서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이 같은 문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안상수 전 대표 ‘봉은사 외압설’

▲ 명진스님.
올해 3월 한나라당 안상수 전 대표가 ‘불교계 외압설’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 이번 사태로 국정 혼란뿐 아니라 종교계도 홍역을 치렀다.

안 전 대표는 수개월 간 모르쇠로 일관하다 당대표 후보경선에 뛰어들면서 사건과 관련해 유감 표명과 함께 봉은사 명진스님께 사과의 뜻을 내비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명진스님과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 간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고발 건’에 관해서는 최근 명진스님이 일요법회에서 입장을 밝혀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명진스님은 법회에서 “당사자(이동관 홍보수석)가 봉은사 부처님을 찾아와 108배 참회하고 그로 말미암아 마음 상한 봉은사 신도회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스님은 “만일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통한 자비행을 실천하겠다”는 뜻을 전해 안상수 전 대표로 파생된 봉은사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참여불교재가연대 한기남 사무처장은 “4대강 사업, 봉은사 사태 등 여러 가지 이슈들로 정국이 복잡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이 때 정치계와 종교계가 앞장서서 국정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서로 간 비하 발언을 쏟아내며 자신만의 입장만 관철시키려는 이익집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덧붙여 그는 “나라 발전을 위해 정치와 종교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내세우기 보다는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본을 보여야 한다”며 “또 국민의 시선을 의식하는 행보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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