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수스님 소신공양 재가연대 세미나에 참석한 발제자와 논평자들. ⓒ천지일보(뉴스천지)

부처님 말씀따라 행한 것, 단순 분신자살과 달라”
“설득력 없이 신격화 하는 것 오히려 본질 해쳐”

[천지일보=이길상 기자]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철저한 수행에 기초한 실천이었다.” (사)불교아카데미 박희택 원장은 지난 10일 참여불교재가연대에서 주최한 ‘문수스님 소신공양의 사회적 의미와 불교적 생명관’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여해 이같이 말했다.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분신자살로 폄하하는 불교계 일부 의견에 대해 박 원장은 “법대로 행하여 약왕보살(藥王菩薩, 중생에게 좋은 약을 주어 몸과 마음의 병고를 덜어 주고 고쳐 주는 보살)의 후신이 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분신자살로 폄하할 수 없다”며 “분신자살도 대의를 위한 경우가 있으나, 경전이 설하는 소신공양의 절차를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절차는 부처님 말씀에 따라 행하는 것을 말하기에,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단순히 몸에 불을 붙이는 분신자살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에코피스아시아 백찬홍 운영위원장은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분신자살 또는 다른 이들의 자기 결단과 다르다고 보는 것은 종교적으로 그렇게 해석할 수 있으나 불교바깥의 제3자 입장에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그러나 소신공양이 불교 수행의 한 방법이고 구도의 한 방편으로 보통사람의 자살과는 그 목적과 동기에서 차별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전했다.

이어 “1971년 전태일의 분신이나 80년대 학생 운동가들의 연이은 분신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으며 이후 노동운동과 민주주의 발전에 밑거름이 됐다”며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이 여타의 분신과 다르고 마치 우위에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주관적인 해석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불교적 생명사상과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이란 주제로 발제를 한 우희종(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생명존중·비폭력·방생의 관점에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바라보면 이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듯 도피성이거나 부정적인 자살이 아니며, 오히려 이웃종교인 기독교의 십자가 사건과 유사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타적 목적을 위한 자기 헌신이자 희생이며 관계 회복을 위한 매우 적극적인 자세”라고 덧붙였다.

문수스님이 남긴 유지의 관점에서 스님의 조용한 소신공양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도 있다는 우 교수는 “세속에서 소위 부당한 권력에 투쟁해 싸워온 열사라는 유형의 분신에 익숙한 이들은 사회 정의에 대한 유언을 남긴 스님께서 여러 명에게 알리고 일종의 선언으로서의 소신공양의 의식을 생략한 것에 대해 부정적”이라면서 “이는 종교인이자 수행자의 소신공양의 의미를 세속의 동일 선상에 놓았기 때문에 생기는 인간적 시각에 기인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덧붙여 “소신공양이란 대자유인의 거침없는 삶의 자세이기도 하며 이러한 삶의 자세야말로 생명의 존엄성과 더불어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는 불교의 꽃이 된다”며 “이제 남은 것은 스님의 서원에 동참해 이를 모르는 세속사회에 널리 알려 이 시대의 보살, 이 시대의 예수가 우리의 동 시대에 태어났음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조(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단에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의 의미를 축소하고자 하는 행위나, 정당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고 적절한 후속절차가 없는 것은 출가자의 윤리에 대해서 몰이해하고 있고, 이를 부정하는 것을 자기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 된다”며 “출세간적 윤리의 의미를 세간에 이해시켜야 할 위치에 있는 종단에서 오히려 세속윤리에 휘둘린다면 이는 자신의 윤리적 근거를 망실하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정웅기 사무총장은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에 대해 종단이나 어느 누구도 확실하게 정리해 주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며 “귀한 행위에 대해 불교계가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설득력이 부족한 체 문수스님을 신격화하는 것도 오히려 본질을 해치는 것”이라고 ”고 논평했다.

한편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에 대한 불교계 및 사회 안팎에서의 평가가 엇갈린 가운데 공개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문수스님과 함께 수행을 했던 도반들이 세미나 참석치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세미나 참여자들의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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