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용부, 이윤택.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2
하용부, 이윤택.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2

피해자 ‘권력자에 저항 못 해’ 호소

성범죄 구습 청산해야 한다는 지적도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성범죄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문화예술계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성범죄뿐 아니라 해묵은 관행·부패·비리 등이 더불어 해결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력 중심적 시스템, 성폭력 키워

처음 미투 운동의 불씨는 서지현 검사를 통해 피어올랐다. 이후 최영미 시인을 통해 문화예술계로 불길이 옮겨졌고, 곳곳에서 피해자들의 호소가 들리고 있다. 이처럼 유독 문화예술계에서 성폭력이 많이 자행된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예술계는 개인의 추악함과 더불어 해당 분야의 권력 중심적 시스템이 현재의 세태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연극연출가 이윤택씨는 ‘성추행 사건’ 관련해 공개 사과했다. 이윤택씨가 이끈 연희단거리패의 경우 지방에서 합숙 생활을 하며, 예술 감독이었던 이씨를 중심으로 연극을 준비했다. 피해자들은 이씨의 명령을 어기면 자신에게 불이익이 가해질까 그의 부당한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의 사과 기자회견은 사전에 연습됐다는 폭로도 이어지면서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또 배우 조민기의 성추행 사실을 알린 배우 송하늘은 “예술대학에서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민기 교수는 절대적인 권력이었고 큰 벽이었기에 그 누구도 항의하거나 고발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문화계를 강타한 성폭력 폭로의 이면에는 피해자의 데뷔, 등단, 생업유지 등의 문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권력자 중심의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었다.

◆관계부처 대응 이어져… 적폐 청산 노력 요구 목소리도

이번 사건의 여파로 관련 부처와 연관 지자체 등은 발 빠르게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 20일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성희롱·성추행 예방·대응 지침(매뉴얼)을 개발해 보급하고, 예방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밀양시는 연희단거리패의 활동지였던 ㈔밀양연극촌 운영 계약을 해지했으며 문화재청은 하용부 예능보유자·㈔밀양연극촌 촌장에 대한 전수 지원금 지급을 보류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운동이 문화계 적폐 청산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범죄를 저지른 권력자들을 처벌하는 데서 멈추는 게 아니라 새로운 세대가 몰려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이번 미투 운동을 계기로 문화계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개선하고 구습을 청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