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삶] 1- 신분 차별이 부른 사화(士禍)
[문화와 삶] 1- 신분 차별이 부른 사화(士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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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윤 소설가
송익필 그는 누구인가? 그는 신분차별이 엄격한 시대에 태어났다. 송익필은 집안이 몰락하자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관직을 포기하고 학문에 힘쓰게 되었다. 당대의 문장가인 율곡, 성혼, 박순, 정철과도 교분을 나누면서 8대 문장에 들 정도로 학문이 뛰어났다.

송익필의 아버지 송사련은 천첩의 자식이었다. 송사련의 외삼촌은 조선 중종 때 사림의 존경을 받았던 안당(安糖)이었다. 노비 신분인 송사련은 자신을 돌보아주던 외삼촌 안당 집을 드나들면서 막혀 있는 벼슬길로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는 안당의 반대세력인 심정에게 빌붙어 노비신세를 면하고 드디어 미관말직 하나를 얻었다. 그 뒤 송사련은 자신의 처남 정상이라는 자와 함께 도모하여 심정에게 외삼촌 안당과 아들 안처겸을 모함하여 신사무옥을 일으키게 되었다.

그는 은혜를 입은 자신의 외가집을 송두리째 멸문지화로 만들어 버렸다. 송사련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당상관 신분으로 상승하여 승승장구했다. 그가 죽은 뒤 30년이 지나 억울하게 모함을 받아 무덤 속에 누워 있던 안당의 신원이 회복되었다.

그의 자손들은 죽은 안당이 생전의 벼슬을 되돌려 받자 송사련을 무고로 고발했다. 모든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자 죽은 송사련의 관직은 박탈되고 살아있는 가족들은 다시 노비 신세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의 아들 형제, 송익필과 한필은 노비가 되자 추세를 피하여 황해도로 도망가서 성을 조(趙)씨라 행세하며 숨어 살았다.

당대의 문장가로 인정받던 그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분명히 아까운 인재였다. 율곡이 살아 있고 정철이 대사간으로 있을 때 송익필은 가족들의 환천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허사였다. 송익필의 환천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면에는 동인 세력이 버티고 있었다. 동인들이 자신들 정적인 서인의 영수 정철과 가까운 송익필에게 도움을 줄 리가 없었다. 송익필 형제는 숨어 지내며 동인 세력을 척결하기 위한 기치를 내걸고 보복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황해도 벽촌으로 숨어든 송익필은 전국 각지의 서인세력을 규합하여 동인 타도를 위해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동인들과 평소 친분이 있는 정여립이 전주로 낙향한 뒤 대동계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다. 송익필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는 매수한 심복들을 함경도에서 전라도까지 파견하여 유언비어를 퍼뜨리게 했다. ‘목자(木子=李)는 망하고 존읍(尊邑=鄭)은 흥한다. 정팔용이라는 신기롭고 용맹 있는 사람이 곧 임금이 될 것인데 머지않아 군사를 일으킨다’라는 동요와 비어를 만들어 민중 속에 전파시켰다.

또 송익필 자신은 복술가로 가장해 점이나 신수를 봐 주면서 정씨 성을 가진 사람이 천명을 받았으니 그에게 달려가면 반드시 부귀와 공명을 누릴 수 있다고 백성들을 현혹하고 다녔다. 그의 계획은 치밀했다. 과중한 세금과 수탈에 시달리는 백성들은 자신들의 고통을 귀담아 듣지 않는 임금이나 벼슬아치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귀를 통한 입소문은 자연히 그 시대를 구제할 전라도의 정씨 성을 가진 인물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기축년 가을이었다. 황해도 관찰사의 비밀 장계가 임금에게 올라왔다. 장계에는 전라도 대동계의 수장 정여립이 한강 결빙기를 이용하여 장군 신립과 병조판서를 주살하고 병권을 장악해 조정 역신들을 평정한다는 고변이었다. 고변대로라면 역신들은 동인을 지칭하는 것인데, 당시 조정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은 동인들이었다.

그들과 아주 친밀한 정여립이 무엇이 아쉬워 동인들을 주살하기 위해 모반을 했다는 것인지 어불성설이다. 우유부단하고 침착하지 못한 선조는 자초지종을 따져 볼 여유도 없이 이미 위관직에 임명한 정언신을 물리고 서인의 영수 정철을 수사 책임자로 임명했다.

모든 것은 송익필이 계획한 대로 이루어졌다. 조선의 역대 사화 중 신사무옥은 송사련이 일으켰고, 그의 아들 송익필은 조선 최대의 무고한 인명을 살상한 기축사화를 일으킨 장본인이었다. 조선시대의 신분 차별은 아버지와 아들이 노비 신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지른 사화로 참혹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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