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솜 기자]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동쪽 반군 지역인 동(東) 구타가 나흘째 시리아 정부군의 무차별적인 공습과 포탄 공격을 받으면서 아비규환으로 들끓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누적 사망자는 최소 300여명에 달하며 1400여명이 다쳤다. 지역 주민 40만명이 시리아군의 봉쇄에 갇힌 가운데 ‘홀로코스트(2차 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와 같은 대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뒤늦게 시신이 수습되면서 하루에도 수십명씩 사망자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종합병원 7곳 중 3곳이 운영을 중단했으며 남은 병원도 수용 능력을 넘어 밀려드는 환자들을 돌보면서도 폭격 위험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눈 앞에서 가족과 이웃의 죽음을 목격한 주민들은 패닉 상태다. 동구타 두마 구역의 주민 빌랄 아부 살라(22)는 “그저 우리가 죽을 차례를 기다리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라고 간신히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15살 무함마드 나젬은 유튜브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장의 참혹함을 전하며 시리아의 참상을 끝내 달라고 외치고 있다.  나젬은 지난 11일 ‘아이들을 구해주세요. 여성을 구해주세요. 병자를 구해주세요. 민간인을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리고 친구들을 호소를 함께 담았다.(위 영상)

나젬은 “사람들은 시리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알아야 한다”며 “여러분이 우리의 피 묻은 사진을 지겨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죽이는지 알려주는 영상을 봤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분께 계속 호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젬은 또한 “어제 지하 대피소에서 친구와 함께 놀았다. 그런데 오늘 전투기 공격에 그 친구와 가족이 모두 죽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 지역의 죽음이 점차 일상이 돼 가면서 장례를 치르는 시간까지 짧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는 장례를 치르는 와중에도 폭격을 당해 사망자가 더 나오는 상황이다.

폭격으로 세 아이를 잃은 아부 압델라만은 “무덤을 만들어 시신을 묻고 애도할 시간조차 없다”면서 “모두 재빨리 기도하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와 인권 단체 등은 이를 ‘대학살’ ‘살육’에 빗대며 전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시리아 구타의 한 임시 병원에서 의료진이 공습으로 다친 어린이를 치료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1일(현지시간) 시리아 구타의 한 임시 병원에서 의료진이 공습으로 다친 어린이를 치료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은 트위터를 통해 “아사드가 동구타에 민간인들을 가둬 놓고 병원까지 폭격하고 있다”며 “전쟁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말라. 이건 대학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동구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30일 휴전’을 즉각 결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시리아정부는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시리아정부는 “테러리스트들로부터 그 지역을 해방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리아군 지휘관은 20일 “지상군 작전은 시작 전이며, 현재는 사전 공습 단계”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이에 동구타로 시리아군 병력이 속속 보강 중이라고 알려졌다.

시리아정부가 지상전에 돌입하면 지금보다 민간인의 희생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동구타를 통제하는 주요 반군 조직인 ‘하이아트 타흐리르 얄삼(HTS)’ 등 역시 최후의 결전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HTS는 알카에다 시리아지부에 뿌리를 둔 급진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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