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순례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3월안에 합의문 서명할 듯
中지하교회 반발에도 강행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교황청과 중국이 수교를 단절하고 갈라선 지 67년. 양국이 수교의 최대 걸림돌인 ‘주교(사제) 임명권’ 문제를 풀 해법을 찾은 듯하다. 외신들이 연일 수교 임박설을 쏟아내는 가운데 그 첫 단추가 교황청과 중국이 3월 안으로 작성할 것으로 보이는 ‘주교 임명 공식 합의문’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최근 교황청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우리의 생각으로는 3월말이 되기 전 (중국 당국과 가톨릭 주교 임명에 관해)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며 “지금이 중국 당국과 주교 임명 절차에 대한 협정에 서명하기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양국을 대표해서 누가 서명할 것인지, 서명식 장소 등만 공개되지 않았을 뿐 잠정적으로 주교 임명 방식은 합의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기대만 있는 게 아니다.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특히 내부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문제를 제기하는 중국 내 지하교회 사제와 신자들은 교황청의 주도로 진행하는 주교 임명권 합의 방식이 자신들의 신앙심에 큰 상처를 입히고 있다고 반발한다.

특히 아시아에 영향력을 가진 홍콩 대주교 출신의 조지프 쩐(陳日君) 추기경은 지난달 말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황청이 가톨릭교회를 중국에 팔아넘기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쩐 추기경은 “교황청이 불법 축성된 주교를 인정하고, 그들을 교구장좌에 앉히기 위해 사도좌에 충성해온 주교 2명에게 퇴위를 종용했다”면서 배신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교황청은 곧바로 대변인의 입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파문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사퇴를 요구받은 광둥성 산터우교구의 좡젠젠(88) 주교는 눈물을 보이면서 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교황의 이번 결정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교황청이 내부 반발에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이유는 ‘교세 확장’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 12억의 가톨릭 신자보다 많은 13억의 인구를 가진 중국을 더 이상 사각지대로 둘 수 없다는 판단이 교황청 수뇌부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미주 지역의 가톨릭 신자는 감소하는 반면 아시아 지역의 신자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중국 내 가톨릭 신자는 1000만~120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인구 60%를 차지하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교세 확장에 교황청이 상당한 관심을 보여 온 게 사실이다.

중국의 관영 천주교애국회와 지하교회 간 분열의 종지부를 찍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교황청이 중국과의 수교를 회복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또한 대만과의 단교를 선택할지도 국제사회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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