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훨훨 날고 있지만 당장은 그 축복이 경제 사회적 상층의 일부 계층의 것이 되고 있을 뿐이다. 최근의 우리 경제는 급속한 회복세에 접어들어 탄탄한 성장의 길을 가고 있다. 이는 국내외의 일치된 공식 평가들이다.

그렇지만 상승세를 탄 우리 경제의 혜택이 전체 기업이나 일반 국민에게 고루 와 닿지는 않고 있다. 정말 경제가 좋아 진 것인지 아닌지의 느낌이 없다. 상류의 물이 흘러 하류에 닿을 때까지 시간이 걸리듯 그러기까지에는 시차(Time Lag)가 존재할 것이다. 기다리는 마음은 갈급하지만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원리다.

이렇게 경제회복과 성장의 체감과 혜택이 편중되고 불공평한 것은 시장경제의 자유 경쟁 체제가 안고 있는 숙명이기도 하다. 숙명적으로 성장의 그늘과 분배의 불공평이 있지만 그 그늘을 지우면서 최대한의 공평과 재분배에 다가서는 최선의 길은 바로 성장이라는 것을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당면한 지금의 상황에서 경제회복을 위한 정책적 노력과 성장 드라이브가 얼마간 더 강하게 박차가 가해져야 한다는 견해들이 더 무게를 얻고 있는 까닭이다. 원론적으로 경제회복 노력과 성장 드라이브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외곽의 취약기업들도 성장의 흐름에 휩쓸려 들어가게 된다.

또 경제의 성장이 고용을 늘리고, 고용이 늘어나면서 차차 경제성장의 온기(溫氣)는 일반에게까지 체감(體感)될 수 있게 확산돼 나간다.

그렇게 되기까지를 기다리기가 지루하고 고통스럽지 않을 수는 없지만 경제주체들은 상류의 청정(淸淨)한 물이 아래에 와 닿을 때까지 꿋꿋이 버텨내는 인내의 자세를 늦추지 말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인내심을 갖고 밝은 날을 기다릴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정부는 이들을 고무하고 인내의 기간이 최대한으로 단축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취했던 특단의 조치를 거둬들이는 이른바 출구(出口)전략을 구사하는 상황에서도 이들에 대한 정부의 배려는 차별적이고 특별해야 할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할 때 지금의 회복 중인 경제의 혜택이라는 것은 아직은 경제회복을 견인(牽引)해낸 일부 수출 대기업들과 재정투융자를 받은 업체들, 그 협력업체들, 이런 회사들에 종사하는 임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한정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번 것을 소비에 쓰는 일부 소비지역의 지역경제가 국지적인 혜택의 범위에 들어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들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일반 서민대중의 입에서는 여전히 경제위기 때와 다를 것이 없는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고통 모두를 정책적으로 다 감당하기에는 정부에 너무나 큰 부담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다 시장(市場)에서 알아서 해결하도록 맡겨 버리는 것도 지나치게 불공평하다. 따라서 경제의 미래에 대해 확신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음지의 이런 ‘소외 지대’에는 정부가 착수한 출구(出口)전략에서 얼마간 유예의 기간을 줄 수 없는 것인지가 궁금하다.

세계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특단의 ‘시혜적 비상조치’에 의한 경제회복의 체감도 맛도 느껴보지 못한 대부분 취약 기업들과 일반인들까지 획일적인 출구전략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세심한 배려와 공평성, 그리고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정책이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최근 기준금리를 소폭 조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시행한 비평시적(非平時的), 비정상적인 경제정책과 시책들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출구전략에 착수했다.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일 것이다. 또 미래에 나타날 비정상적 시책의 부작용에 대한 예방조치이며 그에 대한 선제적 차단 방안이다. 이런 조치들이 미리 취해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다만 경제회복의 온기도 느껴보지 못한 취약계층에게 억울함과 좌절, 충격이 편중돼서는 안 된다. 정부 시책의 소외지대, 성장의 그늘에 가려있는 취약계층에게는 오히려 지금이 보상적이고 따뜻한 지원시책이 절실하고 필요한 시점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의 규모와 과실을 더욱 키워야 하는 국가적 대명제 앞에서 성장 드라이브(Drive)가 급격하게 제동(制動)이 걸려서도 안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출구전략은 ‘풀었던 것’을 ‘조일 때’의 고통을 극소화(極小化)하는 용의주도함과 세심함, 부드러움, 충격이 느껴지지 않는 ‘제동’의 테크닉을 완벽하게 발휘해야 한다.

한국적 실정에서는 성장의 극대화가 최선의 국민 복지다. 세계적으로도 그러하다. 성장을 위한 노력보다 나누어 먹는 복지를 앞세운 나라들은 다 망했다. 그렇더라도 지나친 경제적 불공평과 위화감은 성장의 동력과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므로 취약계층을 배려하고 따뜻이 안아야 하는 것은 성장을 위한 노력만큼이나 중요하다. 정부는 이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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