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 지출보다 8배 많아
외국인 카드사용액 20% ‘뚝’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 금액이 20조원에 육박했으며 전년보다 19.7%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사용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카드(신용+체크+직불)로 사용한 금액은 171억 1천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9.7%(143억 달러) 늘었다.

이는 장기 연휴 등으로 해외 여행객이 불어난 여파로 분석된다. 실제 내국인 출국자수는 지난해 2650만명으로 전년보다 약 420만명(18.4%) 늘었다.

반면 한국 관광의 ‘큰 손’인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감소하면서 외국인의 국내 카드 사용금액은 20% 이상 줄었다.

지난해 카드 해외사용 실적은 기존 최고 기록이던 2016년 143억 달러를 가뿐히 제쳤다. 작년 사용금액을 연평균 원/달러 환율(달러당 1130.5원)로 환산해보면 약 19조 3429억원 된다.

해외 여행객이 늘어난 점이 해외 카드 사용실적을 끌어올린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작년 5월 징검다리 연휴와 역대 10월 역대 최장기간인 열흘에 가까운 추석까지 황금연휴로 내국인들의 해외여행이 크게 증가하는 요인이 됐다.

이와 함께 현금보다 카드를 사용하는 경향이 확대된 것 역시 해외 카드 사용실적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내수 부진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해외 카드사용액만 가파르게 늘고 있는 점은 마냥 반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민간소비 지출은 전년보다 2.6% 늘었다. 하지만 이는 해외 카드 사용실적 증가율의 1/8 수준에 불과하다. 곧 민간소비 증가율보다 해외 카드 사용실적이 8배나 많다는 얘기다.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 수는 총 5491만 2천장으로 전년보다 17.0% 늘었다. 카드 한 장당 사용한 금액은 2.3% 증가한 312달러로 집계됐다. 장당 사용금액이 늘어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카드 종류별로는 신용카드 사용금액이 21.4% 늘어난 124억 6900만 달러, 체크카드 사용금액은 19.5% 증가한 43억 38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직불카드는 23.8% 줄어든 3억5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한편 외국인이 국내에서 카드로 쓴 금액은 85억 2100만 달러로 20.4% 줄었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 중국이 한국 단체 관광을 금지하며 한국을 찾은 해외 여행객이 감소한 여파다. 지난해 중국인 입국자는 48.3%, 전체 입국자는 22.7% 줄었다. 외국인들의 카드 한 장당 사용금액은 249달러로 25.8% 늘었다.

한국인의 해외여행 증가로 한국은 지난해 171억 7000만 달러의 여행수지 적자를 봤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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