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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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성범죄 1위 성직자

성추행하고도 버젓이 목회

교계 ‘미투’ 조짐에 ‘촉각’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우리나라에 불게 된 미투 운동. 최영미 시인과 극단 나비꿈의 이승비 대표 등 사회 인사들의 이어지는 성추행 고발로 법조계에 이어 문화·예술계까지 미투 운동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종교계에서는 큰 바람이 일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종교계 성희롱·추행 문제 간과하기엔 성범죄를 일으키는 성직자가 너무 많다.

경찰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검거된 전문직 성폭력 범죄자는 5261명인데 1위가 종교인(681명)이다. 연평균 610건의 전문직 성범죄가 발생했는데, 직종별로는 성직자가 442건으로 가장 많았다. 성직자 중에서도 목회자가 1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직자 성범죄, 특히 목회자 성범죄가 월등히 많은 이유는 순종을 미덕으로 여기는 교회 분위기와 관련 있다. 또 목사를 하나님 보듯하라고 가르침 받은 교인들은 피해자를 오히려 탓하기도 한다. ‘용서’를 들먹이며 성경을 범죄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등으로 인해 교회 목회자들에 의한 성범죄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드러나지 않은 것도 부지기수 일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사회인들이 성추행이나 성폭력이 드러날 경우 사회에서 매장되는 것과 달리 목회자들의 성범죄에 대해 교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관용을 보이면서 성범죄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달 사회면을 장식한 사례만 살펴봐도 내용이 충격적이다.

지난달 17일 법원은 이성 교제를 해서는 안 된다며 20대 여성 신도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목사에게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목사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청주 모교회 담임인 A목사는 2015년 5∼8월께 20대 여신도 B씨가 남자 신도에게 호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훈계한다는 명목으로 입을 맞추거나 옷을 벗게 한 뒤 몸을 더듬는 등 7차례에 걸쳐 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A목사는 재판과정에서 2011∼2013년에도 또 다른 20대 여신도를 강제 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A목사는 징역 2년형이 내려진 지난해 2월 이후에도 최근까지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버젓이 목회 활동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런가 하면 최근 부산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B목사와 그 아들이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2016년 9월 이 센터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한 학생은 총 4명이다. 피해 학생들은 승합차에서 허벅지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목사 아들은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B목사는 불구속 입건했다.

여신도 성추행 의혹으로 비난받고 있는 전병욱 목사는 해당 노회로부터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아논란을 키웠다. (사진출처: 뉴시스)
여신도 성추행 의혹으로 비난받고 있는 전병욱 목사는 해당 노회로부터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아논란을 키웠다. (사진출처: 뉴시스)

종교계 내에서 발생하는 성추행 등 성범죄가 이처럼 사회법으로 드러나기는 쉽지 않다. 목자를 신처럼 떠받드는 종교계 풍토 때문이다. 또 성추행 논란이 됐다고 해도 이들을 추종하는 신도들 덕에 목회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성추행 논란을 인정하고 삼일교회를 사임한 전병욱 목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게다가 일부 지도자들은 경전의 구절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자신의 상황에 끼워 맞춰 피해자들을 설득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목회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드러나면 도리어 피해자에게 성경에 나와 있는 ‘용서’에 대한 구절들을 언급하기도 한다.

일례로 해외 선교지에서 청년들을 성추행해 지난해 비난을 샀던 한 선교사는 자신의 아내를 ‘레아’로 자원봉사자 여신도를 ‘라헬’로 빗대며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교회 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성차별적인 분위기도 한몫을 하고 있다. 서울신학대 한국기독교통일연구소가 지난해 3월 13일부터 4월 10일까지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소속 목회자 장로 집사 등 10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평소 교회에서 성차별적 언어가 사용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74.7%가 ‘그렇다’고 답했다. 성차별적 언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람으로는 일반 성도(48.4%)와 목회자·교회 중직자(34.5%), 청년·학생(17.1%) 등이 꼽혔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수면 아래 가려진 성범죄가 부지기수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최근 사회에서 불고 있는 미투 운동 확산으로 교계 내에서도 용기를 얻은 피해자들이 일부 언론을 통해 성추행 관련 피해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한국교회 양대산맥으로 분류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교단 소속 소형교회에 출석했던 피해자들이 용기를 냈다. 이들은 교회 담임 B목사가 지난 2015년 청소년 사역·상담을 진행하며 청년들을 추행했다고 지난 14일 개신교계 언론을 통해 밝혔다. 피해자들의 진술은 충격적이었다. B목사는 강제로 입을 맞추고, 가슴을 만지거나 자궁이 따뜻해야 한다면서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기도 했다. B목사는 당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교회를 그만두겠다고 했지만, 그를 추종하는 교인들 때문에 다시 교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또다시 발생했고, B목사는 현재 교회를 그만두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광역시에서 활동 중인 조선희 변호사도 지난 7일 지역일간지 칼럼을 통해 고교시절 자신을 후원하던 성직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해당 목회자는 오히려 조 변호사가 거짓말을 지어냈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자기가 지급했던 후원금도 있으니 그 일을 자신이 목회하는 지역 사람들에게는 함구해달라고 했었던 것으로 폭로됐다.

이처럼 서서히 불고 있는 교계 미투 바람이 종교계 전반으로 번진 경우 그간의 미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핵폭풍’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편 ‘#MeToo(미투)’ 해시태그가 세계로 퍼져나가며 미투운동으로 회자되고 있다. 해시태그는 온라인에서 관련 게시물을 쉽게 검색하려고 만든 표시방법으로 단어 앞에 기호 ‘#’을 붙여서 나타낸다. ‘나도 그렇다’라는 뜻의 ‘#MeToo’는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 배우 애슐리 주드가 영화 제작자인 하비 웨인스타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미국 일간신문 뉴욕타임스에 밝히면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어 앤젤리나 졸리, 테일러 스위프트 등 유명 인사들이 ‘나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뜻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에 ‘#미투’를 달며 지지해 전 세계적인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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