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남북단일팀-일본 경기에서 희수 그리핀(오른쪽 두 번째)이 첫 골을 성공한 뒤 동료들과 자축하고 있다. 2018.2.14 (출처: 연합뉴스)
14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남북단일팀-일본 경기에서 희수 그리핀(오른쪽 두 번째)이 첫 골을 성공한 뒤 동료들과 자축하고 있다. 2018.2.14 (출처: 연합뉴스)

평화축제 중심에 선 남북 단일팀

머리 “북 선수들 가르치고 싶다”

IIHF 회장, 단일팀 유지 뜻 피력

[천지일보=박정렬 기자] “경기에서 뛸 기회를 얻지 못한 북한 선수들조차도 우리 팀의 시스템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선수들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단일팀이 가능했다.”

새러 머리(30, 캐나다)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감독이 21일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기자회견에서 단일팀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머리 감독은 다음 동계올림픽인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도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4년간 한국 여자 대표팀을 이끌었던 머리 감독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와 2년 계약 연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4년간 우리는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며 “(스웨덴과의 7~8위전) 경기가 끝난 뒤 팀 스태프가 우는 모습을 보고 감정이 벅차올랐다. 4년의 힘든 훈련을 이겨낸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러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2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결정전. 스웨덴과의 이 경기에서도 단일팀은 패했다. 그리고 경기를 마친 선수들을 보며 머리 감독은 눈시울을 붉혔다. 북한의 박철호 감독도 단일팀 골리 신소정의 어깨를 두들기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올림픽파크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기자회견에서 새러 머리 총감독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올림픽파크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기자회견에서 새러 머리 총감독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 스웨덴과 경기에서 패한 단일팀 박철호 북한 감독이 골리(골키퍼) 신소정과 아쉬워하며 포옹하고 있다. 왼쪽에서 새러 머리 총감독이 눈시울을 붉은 채로 지켜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 스웨덴과 경기에서 패한 단일팀 박철호 북한 감독이 골리(골키퍼) 신소정과 아쉬워하며 포옹하고 있다. 왼쪽에서 새러 머리 총감독이 눈시울을 붉은 채로 지켜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5전 전패, 28실점에 득점은 고작 2점. 성적으로만 보면 초라하기 그지 없지만 그들이 있어 평창동계올림픽은 여느 올림픽과 달랐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남과 북은 물론 전 세계에 평화의 축제, 평화올림픽을 선사했다.

머리 감독은 처음 단일팀 구성이 거론될 때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력으로 출전선수를 선발해야 하는 감독으로서 남북이라는 특수성까지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력이 중요한 아이스하키에 처음 접한 북한 선수들을 융화시키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북한 선수들과 단일팀을 결성한다고 했을 때 거부감이 들었지만, 북한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고 배우려는 열의가 강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대회가 끝난 뒤에도 북한 선수들을 지도하고 싶었지만 관동하키센터가 운영을 마쳐 이용할 수 없게 돼 비디오 교육 등으로 대신할 계획이다. 북한 코치진과도 상의를 마쳤다”며 북한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4년 후 단일팀 가능성에 대해 머리 감독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19일 오전 강릉하키센터에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HF)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중간 결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희범 위원장, 르네 파젤 IHF 회장, 수잔나 콜밴 하이어 여자아이스하키 총괄책임자. (출처: 연합뉴스)
19일 오전 강릉하키센터에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HF)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중간 결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희범 위원장, 르네 파젤 IHF 회장, 수잔나 콜밴 하이어 여자아이스하키 총괄책임자. (출처: 연합뉴스)

머리 감독은 즉답을 피했지만 단일팀 유지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19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르네 파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회장은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다음 동계올림픽인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파젤 회장은 “남북 단일팀이 베이징에서도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길 바란다”며 “IOC는 물론 북한과도 논의를 계속할 것이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남북 단일팀을 유지해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은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자리에서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도 “단일팀은 스위스·스웨덴에 0-8로 지고 일본에 1-4로 패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단일팀의 패배보다는 일본전에서 나온 그 하나의 골을 기억할 것”이라며 “수십 년 후에도 기억될 골이 될 것이다. 그 골은 올림픽이 추구하는 평화와 화합, 스포츠맨십을 함축해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대표팀 기자회견장에는 주장 박종아, 주전 골리 신소정, 귀화선수 랜디 희수 그리핀과 박윤정(마리사 브랜트)이 새러 머리 감독과 함께 나왔다.

북한 선수들과 지내면서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그리핀은 “이틀 전 아침 식사 시간에 식당에 갔더니 북측 선수들이 맥도날드 앞에 줄 서 있더라”라면서 “북한 선수들이 맥플러리를 아침으로 먹길래 같이 웃고 함께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윤정은 스위스와의 첫 경기를 앞두고 머리 감독과 단일팀 선수들 모두 경포대 ‘바다 나들이’를 나간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으로 꼽았다.

한편 여자 아이스하키 북한 선수들은 오는 25일 폐막식에 참가한 후 26일 돌아갈 예정이다.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올림픽파크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기자회견에서 박윤정(마리사 브랜트)이 활짝 웃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올림픽파크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기자회견에서 박윤정(마리사 브랜트)이 활짝 웃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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