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교황청이 파견한 성추문 조사 전문가인 찰스 시클루나 대주교가 20일(현지시간) 칠레에서 주교 아동 성추행 은폐 의혹에 관한 조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시클루나 대주교가 지난 2012년 2월8일 로마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로마 교황청이 파견한 성추문 조사 전문가인 찰스 시클루나 대주교가 20일(현지시간) 칠레에서 주교 아동 성추행 은폐 의혹에 관한 조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시클루나 대주교가 지난 2012년 2월8일 로마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81)이 칠레로 파견한 교황청 특사가 사제의 아동 성추행 은폐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20일(현지시간) BBC, 라 테르세라 등 외신에 따르면 성추문 조사 전문가인 찰스 시클루나 대주교는 이날 사제의 아동 성추행을 은폐한 의혹이 제기된 후안 바로스 주교(61)와 관련된 피해자들을 비공개로 만나 진술을 청취하고 서면 증언을 받았다.

그는 피해자들과의 면담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황의 특사로 바로스 주교와 연관된 유용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칠레에 왔다”고 밝혔다.

교황은 지난 1월 칠레 순방 기간에 아동 성추행 은폐 의혹과 관련 “증거를 가져오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바로스 주교의 의혹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이 같은 발언에 비판이 쏟아지자 교황은 곧바로 성추행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교황청은 이후 성추문 조사 전문가인 찰스 시클루나 대주교를 칠레로 파견해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은폐 의혹의 당사지로 지목된 바로스 주교는 1980년부터 1995년까지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2011년 면직당한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의 제자로, 카라디마 신부의 성추행을 묵인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바로스 주교는 자신의 스승이자 멘토였던 카라디마 신부의 성추행 사실을 몰랐다고 항변하고 있다.

시클루나 대주교는 칠레 산티아고 중심부인 프로비덴시아에서 성추행 피해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아동 성추행 피해자인 제임스 해밀턴은 “미래의 칠레에서는 아이들이 성추행에 시달리지 않기를 바란다”며 “성추행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두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칠레 당국이 성추행을 막기 위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성추행 피해자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가 3년 전 교황에게 보낸 편지가 최근 공개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크루스는 편지에서 “카라디마의 방에 있을 때 더 힘들었다. 바로스는 자신이 카라디마에게 키스하지 않을 때는 카라디마가 우리, 미성년자들을 건드리는 것을 지켜보곤 했다”고 지적하며 “바로스 주교가 셀 수 없이 많은 성추행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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