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옛말이 됐고 스승이란 말조차도 꺼내기 민망한 시대에 있다. 청소년 희망 직업 1위임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행복지수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급격히 추락한 교권 탓이다. 교권침해 상담건수도 10년 전에 비해 3배나 증가했다. 지금과 같은 교권 추락은 다양한 원인에 시대가 변한 탓이지만 2012년 1월 공포된 서울학생인권조례 탓이 가장 크다. 그날 이후 학교는 교사, 학생 가릴 것 없이 격랑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교사와 학생의 갈등에 학부모까지 가세하며 경찰마저 학교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의무는 명시하지 않고 오직 학생의 권리만 있다. 그 결과 교사들은 스승으로서의 권위와 자존감을 상실해 교직 자체에 환멸을 느끼고 학생지도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됐다. 교사가 학생의 잘못을 훈계하면 학생이 대들고 욕하고 학부모마저 아이 편을 들며 항의하고 고소한다. 뉴욕시의 학생권리장전 같이 ‘학생은 교사와 교직원에게 예의 바르게 대하여야 한다’고 학생의 의무가 명시되지 않은 학생인권조례 탓에 교실은 통제 불능에 빠졌다. 교사들은 심리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마음의 상처를 받고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다. 많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정과 사랑을 느끼기보다 ‘두려움’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여교사 A씨는 수업을 방해하던 한 학생을 훈계하던 중 다른 학생이 자신을 비웃는 소리를 듣고 자신을 비웃은 학생 B군에게 “뭐라고 했니?”라고 물었다. B군은 “너 하는 꼬라지가 싸가지 없으니 X같게 굴지 마!”라고 말하며 교과서를 A교사의 얼굴에 던졌고 얼굴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B학생은 징계를 받았지만 A교사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다른 학교로 자원해 전보를 갔다. 기분 상하면 욕은 기본이고 온갖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과 예의 없는 행동을 하는 요즘 학생들을 교사들은 “괴물이 따로 없다”고 한다.

학부모가 교실로 찾아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를 폭행하고, 자신의 아이에게 벌점을 주었다는 이유로 폭언을 하고, 학생들이 교사를 빗자루로 폭행하는 ‘해외토픽’감 사건도 발생한다. 점차 늘어가는 교권침해는 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내세워 교사를 스승이 아닌 하나의 직업인으로 전락시킨 탓이다. 교사라는 책임감과 혹시 모를 불이익 때문에 교권침해에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악용한 학생이 교사를 공공연히 무시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이런 학생의 태도에 참지 못한 교사가 처벌받는 일도 많아졌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기간제 체육교사로 근무하던 K교사는 수업을 하던 중 한 학생이 무단으로 집에 간다며 학교를 벗어나려 했다. 쫓아가 말리는 K교사를 학생은 밀치며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내뱉었고 흥분한 K교사는 학생을 주먹으로 폭행했다. K교사는 “때린 것은 잘못이지만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데 교사를 무시하고 부모 욕까지 하는 학생을 보며 자제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학생의 부모는 K교사를 고소했고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해온 K교사는 10년 동안 임용고시를 볼 수 없게 됐다. 가혹한 판결에 항소를 했지만 교사에게 불리한 ‘아동학대방지법’ 탓에 승소를 장담하기 힘들다.

교권 확립을 위해 이제라도 “학생인권조례, 아동학대방지법도 반드시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생활지도부에 근무하는 C교사는 “학생의 입에서 담배 냄새가 나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가방이나 주머니를 검사할 수 없다”며 “학생들도 알기 때문에 지도에 응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교사의 학생 지도수단을 학생인권조례와 아동학대방지법으로 묶어버리고 학교폭력, 학교 내 성폭력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학생들에게 ‘인권’에는 의무가 따라 다니는 걸 가르쳐야 한다. 의무를 다하지 않은 학생은 인권도 누릴 자격이 없다는 것을 강력한 교칙과 법으로 알게 해야 한다. 의무 없는 권리는 인권을 누리는 자의 폭력에 가깝다. 국회에서도 교권침해 행위를 한 학생의 보호자에 대한 처벌과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학생에 대한 징계를 보완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교권침해에 대해 학부모에게도 책임을 묻고 학생에게 엄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했는데 요즘은 스승마저 밟으려 든다. 교사는 있으나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으나 제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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