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유비의 군사들에게 대패해 달아나던 황건적 장량, 장보의 패잔병들은 중간 산길에서 우연히 조조의 군사들과 정면으로 부닥쳤다. 조조의 군사들은 황건적들을 공격해 크게 쳐부수고 1만여명의 적병의 목을 베고 수천 기의 병기를 수거했다.

조조는 황건적과 일진으로 크게 승리한 후에 영천의 주장(主將)인 황보승, 주전을 잠깐 만나보고 바로 곧 패주하는 장량, 장보의 뒤를 한 번 더 공격해 완전히 패주시켰다.

그즈음 유비 현덕과 관우, 장비가 영천에 도착하니 함성은 천지를 진동하고 화광은 산천을 사를 듯했다. 유비가 급히 군사를 휘동해 관군이 전투를 하고 있는 곳으로 달려가니 황건적은 이미 패하여 달아나고 없었고, 황보승과 주전은 군사를 거두어 돌아오고 있었다.

현덕은 황보승과 주전을 만나자 “중랑장 노식 어른께서 영천을 염려하시어 소장에게 두 분 장군을 도우도록 해서 줄곧 오는 길이옵니다.” 했다.

그 말을 들은 황보승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황건적 장량, 장보는 우리와 싸워 세궁 역진돼 패주하고 말았소. 이 자들은 필시 광종에 있는 장각한테로 갔을 것이 분명하니 현덕께서는 밤을 도와 그곳으로 가서 노식 선생을 도우시오.”

유비는 옳다고 생각하고 황보승과 주전을 작별한 뒤 관우, 장비와 함께 군사를 휘몰아 다시 광종으로 진군했다. 중간쯤 갔을 때였다. 한 떼 군마가 죄인을 태운 함거를 호송해 오고 있었다. 유비 일행은 어떤 중대한 범인이라도 잡아오는가 싶어 함거를 눈여겨보고 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함거 속에 들어 있는 죄수는 현덕의 스승이요 나라의 중랑장인 노식이었다. 현덕은 말에서 내려 함거 가까이 다가갔다.

“선생님 이게 웬 일이십니까? 이런 변이 있습니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현덕의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노식은 현덕을 보자 결박 지어 묶인 채로 말했다.

“자네들이 영천으로 간 뒤에 나는 몇 번에 걸쳐 장각을 공격했으나 중과부적으로 얼른 이길 수가 없었네. 조정은 전후 사정을 모른 채 적을 속히 섬멸하지 않는다고 조사해서 오리라고 내시 좌풍을 내려 보냈네. 좌풍에게 사실대로 말했더니 그는 폐하에게 잘 아뢸 테니 뇌물을 쓰라고 손을 벌려서. 군량도 절대 부족한 형편에 무슨 수로 그의 욕심을 채워 주겠나. 그럴 수 없다고 했더니 그 자가 앙심을 품고 폐하께 노식은 편히 누워서 싸우지 아니하니 군심은 태만하고 해이해졌습니다 하고 참소하니 조정은 크게 노하여 중랑장 동탁(董卓)을 내 자리에 교대시키고 지금 나를 압송해 가는 길일세.”

노식은 말을 마치자 길게 한숨을 쉬었다.

장비는 성미가 급한 사람이었다. 함거 속에 있는 노식의 말을 듣자 머리털이 곤두서고 고리눈에 핏줄이 돋았다. 그는 사모창을 번쩍 들어 함거를 호위하는 군사의 목을 내리치려했다.

현덕은 황망히 장비의 팔을 잡아끌었다.

“이 사람아, 이게 무슨 짓인가? 만약에 우리가 선생님을 호송해 가는 군사를 죽인다면 선생님은 정말로 역적으로 몰리게 되네. 그만 멈추게.”

장비가 분함을 못 이겨 몸을 부르르 떨고 있을 때 군사들은 속히 함거를 움직여 걸음을 재촉했다. 세 사람은 멀리 사라지는 함거를 넋을 놓고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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