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이르면 7월 안 종합대책 발표

[천지일보=유영선·최배교 기자] 어릴 때 아버지를 잃고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베트남 여성 P씨(29)는 너그럽고 따뜻해 보인다는 이유로 한국인 남편과 지난 2004년 3월 국제결혼을 했다.

하지만 평소에 술을 마시고 밤늦게 귀가해 모욕감을 주곤 했던 남편은 피곤하다며 부부관계를 거절하는 P씨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려 했다. 결혼생활 동안 남편의 구타에 계속 시달렸지만 경찰에 신고도 하지 못한 채 지내고 있는 P씨는 현재 남편과 이혼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통계청이 올해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결혼은 우리나라 총 혼인 건수의 10.8% 이상을 차지했다. 국제결혼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그 피해 사례 접수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7년도에는 72건의 피해 신고가 소비자원에 접수됐다. 2008년에는 137건, 2009년에는 176건이 접수되는 등 피해 신고는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지난 8일 20세의 베트남 여성이 국제결혼으로 입국한 지 8일 만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이에 법무부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여성과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한국인 남성은 출국 전에 반드시 가까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사전소양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시행한다고 11일 밝혔다.

문수용 법무부 사회통합과 사무관은 “최근 등록되지 않은 중개업체 등이 문제가 되고 있어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며 “사전소양교육은 일부이고 조만간 국제결혼에 대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여성가족부 산하 비영리단체인 (사)한국결혼중개협회 신송길 부회장은 “현재 법적으로 4시간만 교육을 받으면 누구든지 국제결혼을 알선할 수 있다”며 “정상적으로 등록된 중개업체는 감사 등 정부의 많은 제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부회장은 “하지만 이러한 제재를 피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중국이나 베트남 현지에서 불법으로 중개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 불미스러운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베트남 여성이 정신질환자인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이번 사건은 제도가 잘못돼서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설 교수는 “국제결혼중개업자가 결혼 당사자들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검증절차를 거쳐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을 걸러내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타인의 가정사는 개입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문화이다. 하지만 이웃들이 사회복지기관이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 연락해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제도정비와 함께 국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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