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지난 13일 담양우표박물관 나상국 대표가 우표의 역사와 우표박물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8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지난 13일 담양우표박물관 나상국 대표가 우표의 역사와 우표박물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8 

우리나라 최초 우표~현재 우표까지 2만여점 소장
우표 역사 134년… 세계 최초 우표는 영국에서
2018평창동계올림픽 기념, 응원 목적 우표전시회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우표로 우리나라 역사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습니다. 나라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기념우표를 발행하기 때문이죠.”

전남 담양군 대전면에 위치한 담양우표박물관은 2015년 3월 14일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우표박물관이다. 지난 13일 이곳 담양우표박물관 나상국 대표를 만나 우표의 역사와 우표박물관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부터 평창동계올림픽 기념 우표까지 2만여점 가까이 소장하고 있는 나 대표는 10살 때부터 우표 수집을 시작됐다. 초등학교 시절 곤충채집, 식물채집 등 방학과제를 하다 자연스럽게 우표를 접했다고 한다.

박물관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평창 대회는 물론 벤쿠버동계올림픽 우표,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우표, 세계스포츠 우표 전시회를 하고 있다. 나 대표는 “색다른 채널인 우표를 통해 동계스포츠의 역사와 찰나의 모습을 보존하고 스포츠정신을 되새기는 한편,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국민 모두가 감동의 순간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우리나라 우표의 역사는 올해로 134년째다. 1884년 11월 18일 우정총국 개국을 맞아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인 문위우표가 발행됐다. 액면금액이 당시 통용화폐인 문(文)으로 표시돼 수집가로부터 문위우표라 불린다. 문위우표는 5문과 10문 우표만 21일간 한성~인천 간에 사용되다 갑신정변으로 홍영식 및 개화파의 몰락으로 우정총국이 문을 닫게 되면서 사용이 중단됐다. 그 후 25문, 50문, 100문 우표가 만들어지긴 했으나 사용하지 못했다.

세계최초의 우표는 1840년 영국에서 발행됐다. 나 대표는 “세계 최초의 우표는 사진으로만 있다. 영국우표는 국명을 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최초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어서 그렇다. 대신 영국여왕 옆모습이 들어있다”며 우표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꼼꼼한 설명을 이어갔다.

역대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에 대해서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제4대 대통령을 지낸 윤보선 전(前) 대통령은 ‘살아 있는 사람이 어찌 우표에 들어갈 수 있느냐’며 우표에 넣을 사진을 주지 않아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를 만들지 않았다. 대신 1960년 10월 1일 새 정부수립 기념우표가 발행됐다”고 말했다.

우표는 수집하는 것 이상으로 원본을 보존하는 일이 어렵다.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서는 습도와 자외선에 주의해야 한다. 나 대표는 전시관 벽에 뚜껑이 있는 작은 상자를 만들어 그 안에 원본을 보관하고 있다.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담양우표박물관에 전시된 우리나라 최초 우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8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담양우표박물관에 전시된 우리나라 최초 우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8

우표에는 역사, 문화, 사회, 환경 등 여러 가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우표 안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냥 만드는 게 아닌 디자인을 해야 한다. 작은 네모 안에 모든 것을 다 넣을 수도 있고 볼 수도 있다는 게 특징이다. 우표 안에 있는 야생화를 보고 수를 놓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또 다른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우표를 보고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나 대표는 “우표는 단순히 우편요금 납부의 기능 뿐 아니라 한 국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 등을 알 수 있는 매체다. 그 안에 세계 각국의 문화와 국가의 상징 등 작은 공간의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우표의 가치를 설명했다.

그는 “프로는 아니지만 욕심 없이 취미삼아 모아온 우표가 조각가인 저에게 소중한 가치로 작용하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우표의 가치를 공유하기를 원했다. 특히 “아날로그 시대 ‘손 편지’의 매력도 예쁘게 디자인 된 우표가 한몫을 했다”며 “모바일을 통한 빠른 답변도 좋겠지만, 진솔하게 마음으로 쓰는 손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야말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소통의 창구”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박물관 내부 데스크에는 ‘손 편지를 쓰시면 우체국을 통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라고 써진 안내 문구와 그 옆에 1000원짜리 엽서가 준비 돼 있다. 편지를 써서 박물관 마당에 마련된 빨간 우체통에 넣으면 담양우체국을 통해 전달된다.

박물관에는 한국최초 우표, 독도우표, 종교우표, 역대 대통령 취임 우표, 안중근 의사 순국 104주년 기념우표, 잘못된 우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표를 비롯해 다양하고 스토리가 있는 우표가 전시돼 있다.

이 중 독도우표는 역시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나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54년 ‘독도우표’ 3점을 처음 만들었다. 일본에 이 우표를 붙여 편지를 보냈는데 일본은 이 우편물을 반송처리 한다. 이 문제로 외교분쟁이 발생했고 이후 일본이 독도그림이 있는 우표 사용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 후 북한에서도 2004년 독도 우표를 만들었다.

개인이 박물관을 운영함에 있어 애로사항을 묻자 나 대표는 “길 위에 문학, 문화가 있는 날, 행복학습센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민들에게 더 많은 문화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국비지원 사업이긴 하지만 재료비와 외부강사료만 지급되는 실정이어서 박물관 운영이 녹록치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며 관련 기관의 관심을 호소했다.

우표박물관 입구에는 ‘우표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간판이 보이고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한 세계 동계스포츠 우표 전시회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우표를 통해 우리의 역사, 문화, 사회를 알리고 지역민에게 문화체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이 더 좋은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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