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 소장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패망하자 약 60만명의 미군이 일본에 진주해 군정을 개시했고 1945년 10월까지 일본군은 완전히 해산됐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국 정부는 주일 미군의 한국전 파병을 결정하고, 일본 거주 25만여명의 미국인을 보호하고 일본의 치안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경찰예비대를 창설하기로 했다. 이것을 모체로 해 일본은 1954년 현재의 자위대를 창설했다. 그러나 일본 헌법 9조 1항 ‘전쟁포기’와 2항 ‘전력불보유’는 지금까지 유지돼 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아베 일본 총리는 미·일동맹의 전략적 연대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구실로 자국 헌법 9조를 개정해 자위대의 국방군화(정식 군대화)를 획책하고 있다. 즉 9조 1항과 2항을 그대로 두고, 3항(자위대는 일본을 방위하기 위한 최소한도의 실력조직)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후생성 발표에 의하면 중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 패전까지의 일본인 전몰자는 약 3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인 대부분은 지금도 전쟁 없는 일본을 꿈꾸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아베의 헌법 개정안도 지난해 11월 산케이신문 여론조사에 의하면 일본 국민의 27.5%만 찬성했을 뿐이다. 더구나 헌법 개정은 상하양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가능한데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현재 헌법 개정에 부정적이다. 그런데도 아베가 그토록 헌법 개정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베는 1902년의 영·일동맹이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라고 보고, 이제 보다 끈끈한 미·일동맹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처해 보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자위대는 아시아-태평양은 물론 인도양까지 세력을 뻗치는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부상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쟁 기간인 1950년 10~12월 사이에 일본 해상보안청 요원들은 미극동해군의 명령에 따라 소해정 21척으로 인천, 군산, 원산, 해주, 진남포 등에서 소해작전을 실시한 바 있다. 오늘날 일본 정부는 자위대를 미군의 한반도 작전에 동참시키려 하고 있다. 2006년 11월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우리나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날, 극단적인 인사들은 한반도 급변사태 발생시 일본의 정보함이 원산 앞바다에 갈 수도 있으며 평양에 태극기보다 일장기가 먼저 걸리는 상황도 상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제 일본은 2015년 개정된 안보관련법에 따라 자위대로 하여금 한반도 유사시 미군과 합동작전을 할 경우 1단계로는 미군의 후방을 지원하고, 2단계로는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며, 궁극적으로 무력을 통한 반격에도 참가하겠다는 것이다. 섬뜩한 사태라 아니할 수 없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제시한 헌법 개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하면 총재 3선은 물론 실각할 수도 있다는 조바심에 사로잡혀 어떻게 해서든지 자위대의 국방군화 개헌을 관철할 공산이 크다. 그의 의도는 미일동맹을 빌미삼아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의 자동 개입을 꾀하려는 의도가 확실함으로 우리는 대미외교활동을 강화하고, 급변 사태에 대한 대응책도 발전시켜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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