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준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경영학 박사

 

인간의 수명 100세 시대다. 건강장수보다 더한 축복이 어디 있으랴. 여기에 경제력까지 갖추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튼튼하고 오래 유지되고 성장하면 창업가는 보람과 성취를 얻고, 구성원들은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일할 수 있다. 또한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사회·경제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이처럼 중견장수기업이 중요함에도 한국은 OECD 국가 중 영세 소상공인비율이 높은 반면 종업원 250인 이상 사업장 비율이 12.8%에 불과하다. 기업의 생명이 짧은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2015년 기준)은 27.5%로 경쟁국보다 낮다. 또한 세계적으로 200년 이상 장수기업이 7212개, 100년 이상 3만여개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짧은 산업역사를 감안해도 100년 이상 기업이 8개에 불과하다. 

기술변화와 경쟁심화로 인해 기업수명은 나날이 짧아지고 있다. 기업의 단명(短命)은 쏟아 부은 자본과 인력 등 사회·경제적 손실은 물론 성장기회의 상실과 실패의 후유증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기업이 장수하면 장기고용과 부가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창업가들에 모범적인 본보기가 되기도 한다. 선진국의 장수기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장수기업의 한 전형인 가족기업 즉 가업승계로 대를 잇는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편적으로 가족기업이 장수기업으로 살아남는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독일의 빈 프리트 베버교수는 4400여개의 가업승계기업이 독일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업승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몇 가지 난제가 있다. 첫째는 기업의 상속이 ‘부의 대물림’ ‘상속세 회피’ 등 부정적으로 비쳐지고 있다. 편법증여나 상속이 사회문제가 된 탓이다. 반면 갑작스런 상속으로 인한 기업경영의 단절사례도 많다. 또한 가업승계를 위해 후계자를 양성하거나 사전 물색하지 못하는 점이다. 이는 기업이 쇠퇴기에 이르거나 기존 기업가의 유고나 경영한계에 직면해서야 기업을 정리하기 때문이다. 가장 난제는 상속세 부담이다. 가업(家業)을 승계하는 경우 상속세는 상속재산의 50%, 최대 주주는 30% 할증돼 65%의 세율이 적용된다. 사전에 상속을 준비하거나 별도의 여유자금이 없는 경우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빚을 내거나 대량의 주식 지분을 처분하던지 나아가 기업자체를 매각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러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고자 1997년 가업상속공제제도를 도입했다. 매출액 3천억원 미만으로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을 해왔고 상속인은 2년 이상 종사한 경우 상속세를 공제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30년 이상 사업을 하던 기업주가 사업재산 600억원을 상속 시 약 280억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공제대상은 약 40억원만 내면 된다. 또한 일시적인 세금마련이 어려운 경우 가업상속재산이 전체 재산의 50% 미만이면 10년간(3년 거치 7년), 50% 이상이면 20년(5년 거치 15년)에 걸쳐 세금을 분납하는 ‘연부연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단 공제혜택을 받은 경우 10년간 처분이나 업종전환이 금지되며 고용규모를 유지해야 한다. 2014년부터는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7년 6개 기업이 처음 지정됐는데 업력 45년 이상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경영건전성, 사회적 기여, 성장성을 평가한 후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의 기업을 심사·선정한다. 수출(3점)과 고용창출사업(3점)에 가점을 부여한다. 확인서를 받은 기업은 ‘명문장수기업’ 마크 사용과 각종 지원(자금·수출·인력·연구개발)에서 우선선정, 가점부여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아무쪼록 기업이 100년을 이어가며 고용을 유지하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가업승계를 위해 철저한 사전준비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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