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파주=박완희 기자] 민족대명절 설날인 16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실향민 가족들이 이북 땅을 바라보며 차례를 지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6
[천지일보 파주=박완희 기자] 민족대명절 설날인 16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실향민 가족들이 이북 땅을 바라보며 차례를 지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6

“10년 지나면 1세대 실향민 없어… 이산상봉 서둘러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북한에 조건 없는 이산상봉 촉구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운명하기 전에 고향 땅 밟아보는 게 소원입니다. 그게 마음대로 됩니까.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이지.”

분단 68년을 맞은 실향민들이 무술년 설 연휴인 16일 북한 땅과 마주한 임진각 망배단 앞에 모였다. 고향 땅을 지척에 둔 이들은 생사도 모르는 부모, 형제를 향해 제를 올렸다.

이날 ㈔통일경모회가 주최한 제34회 설날 망향경모제는 실향민 1000여명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망향경모회 관계자 등이 모인 가운데 치러졌다. 경모제는 북한에 부모, 형제 등을 둔 실향민들 위해 1년에 추석과 설날 2번 지내는 일종의 합동 제사다.

경모제는 김용하 통일경모회이사장의 제문 낭독에 이어 격려사와 추모사, 경모사, 헌화 및 분향, 합창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망배단에 분향한 김 이사장은 제문 낭독에서 “앞으로 10년 정도의 세월이 지나면 1세대 실향민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며 “이산가족 전원 상봉은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할 민족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대화 분위기를 언급하면서 “역사적으로 올림픽 기간에는 전쟁을 멈추고 교류와 협력을 이끌어 낸 기록을 볼 수 있다”면서 “많은 실향민들은 올림픽을 통해 정부가 가족상봉의 꿈에 불씨를 살려 주기를 소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지일보 파주=박완희 기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설날인 16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제34회 망향경모제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6
[천지일보 파주=박완희 기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설날인 16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제34회 망향경모제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6

조명균 장관은 격려사를 통해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되고 있는 남북대화 분위기를 전하면서 실향민들을 격려했다.

그는 “지난해 추석에 제가 이곳에서 어르신들을 만나 뵈었을 때는 남북 관계의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한반도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있었다”며 “그러나 찬바람 속에서도 봄의 희망이 싹트는 것처럼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기운이 조금씩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장관은 “남북의 젊은이들이 개막식장과 빙상 위에서 하나가 돼 세계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며 “가깝고도 먼 길을 찾아온 북측 예술단과 태권도 시범단은 우리와 함께 올림픽의 성공을 축하했다. 특히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방문을 통해 남북은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뜻을 모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의 작은 협력의 물줄기가 남북 관계 진전과 한반도 비핵화로 이어지도록 정부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특히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관련해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않는 지금의 상황을 남북이 모두 민족 앞에 부끄러워해야 한다”면서 조건 없는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했다. 그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응할 경우 시기와 장소, 형식 등에 구애되지 않고 이산상봉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적십자사는 지난 9년간 하지 못한, 남쪽에 계시는 이산가족 전수조사를 통일부와 함께 실시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가진 1만 5000개의 화상 메시지를 국제 적십자사와 함께 해서 최소한 금년엔 200명의 생사 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실향민 1세들은 대부분 80세를 넘긴 고령이었다. 이들은 남북통일이 늦어지고 있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8.15해방 당시 고향인 평양에 부모를 두고 홀로 남쪽에 넘어왔다는 최칠성(84)씨는 “나이가 많은데, 더 늦기 전에 고향에 갔다 온다면 죽어도 원이 없을 것”이라며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생각이 더 난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실향민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임진각 망배단에서 30대 시절부터 경모제를 드려왔다는 김해룡(85)씨는 “20~30년 전에는 여기(망배단) 오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몇명 안 된다. 많이 죽었다. 가족들이 오는 것이지 실향민 본인은 별로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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