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안중근공원에 세워진 기념비.ⓒ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4
부천시 안중근공원에 세워진 기념비.ⓒ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4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

[천지일보=이성애 기자] 2월 14일, 우리에게 이날은 발렌타인데이로 각인돼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이나 선물을 주는 날로 소비되고 있으나, 그 기원을 살펴보면 ‘성 발렌티노 주교의 순교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주고받는 문화는 19세기 영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퍼져나갔는데, 일본의 한 제과 업체의 마케팅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고착화된 것이다.

◆“피고 안중근을 사형에 처한다”

1910년 2월 14일, 고작 서른한 살이었던 청년 안중근은 이날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피고가 이토 공을 살해한 행위는 그 결의가 개인적인 원한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치밀한 계획 끝에 감행한 것이므로 살인죄에 대한 극형을 과하는 것이 지당하다고 믿고, 피고 안중근을 사형에 처한다.”

안중근 의사는 2월 7일부터 12일까지 뤼순 법원에서 열린 여섯 차례의 공판에서 일본 검찰에 ‘명성황후를 살해한 일, 1905년 11월에 한일협약 5개조를 체결한 일, 1907년 7월 한일신협약 7개조를 체결한 일, 양민을 살해한 일, 이권을 약탈한 일, 동양평화를 교란한 일’ 등 이토의 죄상을 15가지로 제시하고, 거사의 정당성을 당당하게 진술했다.

안중근 개인의 자격으로 사살한 것이 아니라 이토가 대한의 독립주권을 침탈한 원흉이며 동양평화의 교란자이므로 대한의용군사령의 자격으로 총살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2월 14일 제6회 공판 때 미조부치 검사는 안 의사에게 사형언도를 내렸고, 3월 26일 뤼순 감옥에서 서른두 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안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는 아들의 사형 선고 소식을 들은 뒤 그에게 짧고 단호한 편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네가 만약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4
부천시 안중근공원에 세워진 기념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4

◆안중근 공판기에서 장군과 검찰관이 나눈 내용.

검찰관: 피고가 믿는 천주교에서도 사람을 죽이는 것은 죄악일 것이다.

안중근: 그렇다. 성서에도 사람을 죽이는 것은 죄악이라고 했다. 그러나 남의 나라를 탈취하고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자 하는 자가 있는데도 수수방관하는 것은 더 큰 죄악이므로 나는 그 죄악을 제거한 것일 뿐이다.

삼 년 전부터 나라를 위해 생각하고 있던 일을 실행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의군 참모중장으로서 독립전쟁을 해 이토를 죽였고 또 참모중장으로서 계획한 것인데, 지금 이 여순 법원 공판정에서 심문을 받는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나는 사람의 도리를 벗어나거나 또 이에 반한 일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오늘 유감인 것은 이토가 이곳에 없는 관계로 내가 이토를 죽이려고 한 목적을 말하고 이에 대해 의견을 토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독립은 내 삶의 목적이요, 평생의 사명이다. 나 안중근을 국제법에 의해 포로로 대우하라.

◆2월 14일, 우리가 누리는 달콤함은 애국선열의 희생덕분.

김우빈(33)은 “2월 14일은 발렌타이데이로 알고 있었다. 안중근 사형 선고 일이란 사실은 몰랐다”며 “역사를 몰라 독립운동가들에게 새삼 죄송스럽다”고 얼굴을 붉혔다

이진학 안중근평화재단 이사장은 “2월 14일, 이날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며 꼭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안중근 의사를 비롯 의인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나라에 대한 애국심보다 초콜릿 상술이 문화로 자리 잡은 현실이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달력에 3.1운동, 광복절을 표기하듯 2월 14일은 안중근 사형 선고 일이란 사실을 표기하는 것도 조국을 위해 국가가 나설 일” 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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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역 근린공원 안중근 기념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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