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상임대표. 그는 당장 소액 급전이 필요한 취약 서민계층에게 무이자로 대출을 해주는 사업을 7여년간 해왔다. 그는 어려운 사람이 없어 문을 닫는 게 목표라고 역설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4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상임대표. 그는 당장 소액 급전이 필요한 취약 서민계층에게 무이자로 대출을 해주는 사업을 7여년간 해왔다. 그는 어려운 사람이 없어 문을 닫는 게 목표라고 역설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4

㈔더불어사는사람들 상임대표
취약 서민계층에게 무이자 소액대출
“이게 바로 선순환 금융복지 실천”
 

상호금융 형태 운영 목표
급전 꼭 필요한 사람에게 ‘3無’ 대출
7년간 5억 대출, 상환율 85%
“정부 차원 사업으로 발전해야”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140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 해결 중 하나로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인하하기로 한 가계부채대책이 이달 8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당장 소액 급전이 필요함에도 제도권 안에서 대출이 되지 않는 신용불량자나 취약 서민금융계층에게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자칫 불법 대부 사채에라도 기댈 수밖에 없어 손을 뻗을 경우에는 점점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지고 만다.

당장 월세나 생활비가 필요한데, 돈을 빌릴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 ㈔더불어사는사람들(더불어) 이창호(63) 상임대표는 7년 가까이 무이자·무담보·무보증 ‘3無’ 대출을 지원하며 재기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이창호 상임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는 선순환 방식 금융복지를 실천하는 소액대출(30만~100만원) 단체다. 건당 대출금액은 30만원 정도지만 대출받는 사람들에겐 생명줄과 같이 쓰인다. 그는 2011년 8월 사단법인 설립 후 지금까지 1500여건 약 5억원을 대출해줬고 ‘3無대출’이지만 상환율이 90%(85%) 가까이 된다.

그는 자신의 퇴직금과 후원금을 보태 3천만원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고, 언론 등과 입소문을 통해 그의 ‘무보수 대출 자원봉사’ 선행이 알려지면서 후원이 늘어났고 대출문의도 늘어나면서 대출건수도 함께 늘어났다. 현재는 약 2억원의 기금으로 돌리고 있다. 전국적으로 전화로 접수를 받아 비대면 대출을 해주니 인터넷은행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작년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몇 년 앞서 미니 인터넷은행을 선보였던 것.

이 대표는 신진공고를 졸업한 후 1973년 GM코리아에서 생산직으로 첫 직장생활을 했다. 직장생활 1년을 하다가 GM코리아자동차 신용협동조합(신협)에 알게 됐고, 가입하게 된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놓지 않는 계기가 됐다. 그는 점점 신협에 대해 잘 알게 됐고, ‘서민·이웃들끼리 조직적으로 서로 돕고 살면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정신을 갖고 농촌에서 신협을 직접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3년 6개월 정도 다니던 직장생활을 그만뒀고, 비록 그 꿈을 바로 실현시키지는 못했지만 1985년 서울중앙신협 비상근 감사 등을 역임하며 대신했다.

그는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를 다녀 관련 지식을 쌓아갔고, 국내 1호 두레생활협동조합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어려워지는 가정형편을 마다할 수 없어 1996년 자동차 부품회사 직원으로 들어가 2007년 11월까지 기술영업과장으로 일한 뒤 퇴직했다.

신협을 만들겠다는 꿈을 여전히 갖고 있었던 그는 신협에 취업도 해보려고 했는데, 당시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마이크래딧 교육을 받으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된다. 2009년부터 마이크로크레딧뱅크 사업을 했으나, 이는 정부와 지자체의 기금으로만 대출을 해주다보니 외부 자금이 없으면 사업을 할 수 없다는 한계를 느꼈다. 이에 그는 뜻이 같은 주변 지인과 함께 2011년 8월 30일 지금의 ‘㈔더불어사는사람들’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

그가 세운 더불어는 취약빈곤계층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무이자, 무담보, 무보증, 일부 무대면 등 착한 대출을 해주는 것에 설립 목적이 있다. 대출자금은 후원금, 대출자의 출자금, 대출상환금으로 조성하고 있으며 2012년부터 현재까지 상환율 85%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대출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금융정보 및 의료, 생필품 등도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음식을 씹을 수가 없어 틀니를 꼭 해야 하는데 형편이 안 좋다’고 대출을 문의하는 사람에게 대출 대신 무료로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연결시켜준다. 치료가 필요하다는 신청자에겐 병원을 연계시켜 무료 치료로 끝낼 때까지 돌봐주는 등 생활 전반을 보듬는 일이 대부분이다.

대출도 사실 처음에는 그냥 바로 해주지 않는다. 우선 충분한 상담을 통해 대안을 알려주고, 기본 대출서류 1장과 함께 가계부도 쓰게 한다. 스스로 느끼게 해서 소득만큼 건전한 소비생활을 유도하게끔 하는 의도다. 두 번째부터 대출이 필요할 때는 양식이 간단해진다. 그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신용이다. 믿어주는 곳이 없으니 안정적인 대출을 받기가 힘든데, 더불어는 얼굴도 보지 않고 대출을 해준다. 이것이 신용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며, 일시적인 자선보다 자립, 자조를 꾀하는 착한 대출이 어려운 분들을 살려내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창호 대표가 돈을 빌린 사람이 착실하게 상환하고 재기할 때는 큰힘이 된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4
이창호 대표가 돈을 빌린 사람이 착실하게 상환하고 재기할 때는 큰힘이 된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4

더불어의 사연이 언론과 입소문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면서 주로 월 1만~2만원의 소액 후원자들로 운영되던 ‘더불어’에 2년 전부터는 1천만원 단위의 고액 후원을 하는 개인이나 단체도 생기고 있다. 그중 대표적으로 CJ나눔재단이 3회에 걸쳐 6500만원을 기부했다.

또 이 대표는 ‘금융소외 없는 따뜻한 세상’을 표방하는 ㈔서민금융연구포럼(서금연, 회장 조성목)의 이사로도 봉사하고 있는데, 지향점이 같아 창립 때부터 같이하고 있다. 조성목 서금연 회장은 이 대표의 취지와 활동을 높이 사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기도 하다. 서금연 개인회원들이 더불어에 소액 후원으로도 돕고 있다.

더불어는 이자소득이 없는 만큼 후원금과 출자금으로 유지된다. 그가 무보수로 일하는 이유도 자신의 월급만큼 대출액이 줄기 때문이다. 꼭 대출이 아니더라도 대출 신청자가 원하는 바를 이루도록 돕는 것 역시 더불어의 운영 및 유지방식이다. 금융기관은 금융 거래를 통한 이자수익이 목적이지만, 더불어는 대출신청자의 고민해결이 우선이다. 그는 이것이 바로 “선순환 금융복지 실천과 대안금융”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금융기관과도 연계해 취약계층들의 낮은 신용도까지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 한다.

그는 더불어가 더욱 많은 취약계층들이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상호금융 형태로 발전을 목표로 상환하는 이들에게 ‘출자’를 권한다. 대출을 이용한 사람이 1만원이라도 출자를 하면 자연스럽게 저축이 되고, 조합원으로서 주인의식도 생겨 다시 대출을 이용할 때는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는 거다. 돈이 떼일 수도 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더불어를 찾은 사람들에게 이 대표는 그저 믿음으로 돈을 빌려준다. 돈을 빌린 사람이 연락도 안 될 때는 순간 힘든 마음도 솔직하게 들지만, 그래도 연락이 끊겼던 사람에게 연락이 되어 상환이 될 때는 큰 힘이 되고 신이 난다고 한다.

이처럼 그는 20대 초반 신협을 만들어야겠다고 품었던 뜻을 따라 새로운 모델의 신협을 드디어 만든 셈이다. 이 대표는 더 큰 목표를 바라고 있다. 바로 어려운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돈을 빌릴 일이 없어 더불어가 문을 닫게 된다는 역설적인 종착점이다.

그는 “사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대출문의를 줬는데, 기금에 한계가 있거나 다른 상황으로 도움을 주지 못했을 때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따라서 이 같은 소액대출 사업을 정부차원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우리에게 위탁을 하게 된다면 많은 기금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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