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의 대명절인 설날이 찾아왔다. 온 가족이 모여 오순도순 음식을 먹고 즐거운 추억을 쌓는 명절은 늘 즐겁다. 최근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북한의 설 풍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남북 간의 놀이와 음식 문화를 알아봄으로써 한민족의 정을 느껴보도록 하자.

떡국. 흰떡을 엽전과 같이 잘게 썰어서 고명을 얹는다. 북한에도 떡국이 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떡국. 흰떡을 엽전과 같이 잘게 썰어서 고명을 얹는다. 북한에도 떡국이 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분단됐어도 ‘떡국’으로 한해 시작
北, 네모난 모양의 ‘편수’ 먹기도
주부들의 장보기 풍습은 비슷해

南, 연날리기 등 민속풍습 보존
北, 윷놀이·카드놀이 즐기지만
명절보단 국가 기념행사 더 중시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오늘날 남북은 조금은 다른 명절 풍습을 갖고 있다. 수십년간 이어진 분단은 하나였던 문화를 어느새 바꿔버렸다. 남북의 설날 음식, 그리고 민속놀이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걸까.

◆남한은 강한 양념, 북한은 간장 베이스

먼저 남한에서 설날에 ‘떡국’을 먹는다. 기다란 흰 가래떡은 장수를, 흰색은 순수하고 평탄한 한 해가 되길, 떡국 떡의 모양은 동전을 닮았다하여 풍요를 기원했다고 한다. 나이를 물을 때 “병탕 몇 사발 먹었느냐”고 하는 데서 유래하여 ‘첨세병(添歲餠)’이라 부르기도 한다.

떡국은 문헌 속에도 담겨 있다. ‘동국세시기’에는 “흰떡을 엽전과 같이 잘게 썰어서 간장국에 섞어 쇠고기와 꿩고기와 고춧가루를 섞어 익힌 것을 병탕(餠湯)이라 한다”는 기록이 있는데, 병탕이 곧 떡국이다. 꿩고기를 구하기가 어려워 닭고기를 사용하게 됐는데 여기서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유래했다.

각종 전. 전은 동그랑땡, 호박전, 동태전, 꼬치전 등이 있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각종 전. 전은 동그랑땡, 호박전, 동태전, 꼬치전 등이 있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설날에는 ‘시루떡’도 먹는다. 쌀가루를 시루에 켜켜로 안쳐서 찌는 떡으로 쌀가루에 무엇을 섞었는지, 고물로 무엇을 얹었는지에 따라 떡의 명칭이 달라진다. 낙랑 유적에서 동과 흙으로 된 시루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그 역사가 오랜 것으로 보인다.

‘부침개’와 ‘전’도 명절에는 빠질 수 없다. 전은 보통 동그랑땡, 호박전, 동태전, 꼬치전 등을 먹는다. 우리의 전통과자인 ‘한과’도 있다. 순우리말로 ‘과줄’이라고도 하는 우리의 전통 과자는 곡물가루에 꿀·엿·설탕 등을 넣고 반죽해 기름에 지지거나 과일·열매·식물의 뿌리 등을 꿀과 함께 조리거나 버무린 후 굳혀서 먹는다.

안영자 북한요리전문가가 그릇에 담긴 북한식 고구마 닭고기 조림을 들고 있다. 북한에서 명절에 자주 해먹는 닭고기 요리를 해 먹는다. 간장을 베이스로 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4
안영자 북한요리전문가가 그릇에 담긴 북한식 고구마 닭고기 조림을 들고 있다. 북한에서 명절에 자주 해먹는 닭고기 요리를 해 먹는다. 간장을 베이스로 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5

북한도 명절에는 평소보다 특별한 음식을 먹는다. 우선 남한과 마찬가지로 새해 첫 명절에는 떡국을 먹는다.

안영자 북한요리전문가는 “북한에서는 가정에서 떡국 떡을 직접 만든다. 보통 1주일이나 3일전부터 명절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장을 보거나 하는 것은 남한과 비슷한 풍경이라고 한다.

북한도 주머니 형편에 따라 준비하는 것은 달랐다.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떡갈비찜이나 소고기, 닭고기 등의 요리를 해 먹는다.

안 전문가는 “같은 종류의 요리라고 해도 조리법과 양념을 재는 순서는 남한과 전혀 다르다”며 “남한은 강한 양념을 많이 쓰지만, 북한은 간장을 이용해 요리를 한다”고 설명했다.

남한의 만두와 비슷한 `편수'. 차가운 육수에 말아 먹는 것이 특징ⓒ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4
남한의 만두와 비슷한 `편수'. 차가운 육수에 말아 먹는 것이 특징ⓒ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5

‘편수’도 해 먹는다. 편수는 남한의 만두와 비슷한 모양이다. 안 전문가는 “남한은 따뜻한 국물에 만두를 넣어 먹지만, 북한에서는 편수를 찜통에 찐 후 차가운 닭고기 육수에 말아 먹는다”며 “지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물을 속 재료로사용하고 모양은 네모났다”고 표현했다.

남한에서는 명절에 대체로 고정적인 ‘전’을 먹지만, 북한에서는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전을 해 먹는다. ‘북한식 분배법칙’으로 명절에 국가에서 술을 조금씩 나눠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을공동체적 놀이, 남한에서만 유지

‘놀이문화’도 명절에 빠질 수 없다. 민속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던 설날 놀이 문화는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남한에서는 ‘윷놀이’를 한다. 윷놀이는 집안은 물론집 밖에서도 즐길 수 있으며, 기구나 노는 방법이 간단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연날리기’도 있다. 보통 남자들이 많이 즐겼다. 민속적으로 보름날 이후에는 연을 날리지 않았다고 한다. 연날리기는 ‘송액(送厄)’ 등의 글귀를 써서 얼레에 감겨 있던 연줄을 풀어 멀리 날려 보내 액운을 떨쳐 버리고 복을 빌기도 했다.

설날에 온가족이 모여 즐기는 윷놀이 (게티이미지뱅크)
설날에 온가족이 모여 즐기는 윷놀이 (게티이미지뱅크)

‘널뛰기’도 있다. 널뛰기는 말 그대로 널(판) 위에서 뛴다는 뜻이다. 옛 문헌인 ‘송경지(松京誌)’에는 ‘정월 초하루에 여자 어린이들이 널을 뛴다’고 했다.

조선시대에는 ‘승경도’를 즐겼다. 종이말판 위에서 누가 가장 먼저 높은 관직에올라 퇴관(退官)하는가를 겨루는 놀이로 벼슬아치가 즐겼다.

‘승람도’ 놀이도 있다. 시인·한량·미인·화상·농부·어부 등 여섯 부류로 나눈 여행객이 전국의 명승지를 유람하는 것으로, 서울을 떠나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사람이 이기게 되는 놀이다. ‘제기차기’ ‘썰매놀이’ ‘공기놀이’ 등도 명절놀이였다.

‘화투’도 있다. 화투놀이 가운데 가장 성행한 것은 고스톱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어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 북한은 윷놀이나 카드놀이를 집안에서 한다.

하지만 같은 명절이라도 국가와 관련된 기념일 행사를 더 중시 여긴다. 국제노동절(5월 1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북한 정권 창권일(9월 9일) 등이 명절보다는 중요한 셈이다.

장장식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이 남북의 민속놀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5
장장식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이 남북의 민속놀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5

장장식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설날에 북한 인민들이 놀 수 있으나 남한처럼 마을공동체적인 놀이는 적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 이유는 정치적 상황 때문이다. 전통적인 놀이를 자신들의 정권 사상에 맞도록 변형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겨울철에 즐긴 민속놀이인 ‘활쏘기’의 경우 표적을 지주·자본가 등으로 만들어서 행하고 있다.

‘널뛰기’도 많이 하지만 높게 뛴 후 회전하는 등 소위 ‘서커스’ 개념으로 변형시켰다. 이를 북한은 나름대로 전통 계승과 활용이라고 말한다고 장 학예연구관은 설명했다.

정월대보름의 달맞이 놀이를 북한에서는 ‘가무놀이’라고 한다. 춤추는 놀이 하에 계급의식을 고취하고 노동력을 제고시키는 것이다.

장 학예연구관은 “명절은 너나가 모여서서로의 안부를 묻고 같이 어울리는 날”이라며 “남북의 경우 지금은 비록 단절돼 있지만 전통적인 놀이문화가 긍정적인 측면에서 남북의 정체성을 하나로 만드는데 활용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학자도 민속놀이에 관심을 갖고 남북통일을 대비해 계속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