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의 행태는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언론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했으니,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이 어디에서 비롯됐는가는 자명해 보인다. 왜 세계 언론이 이 나라 언론을 인정하지 않는지도 알 만하다. 요즘 언론은 각양각색으로 규합하고 연대하며 성명서까지 난무한다. 진보와 보수라는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사실과는 관계없이 나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쪽을 비판하고 나아가 비난한다. 정치와 사회·단체마다 색깔이 있고 추구하는 방향이 있으며, 그러한 저마다의 색깔과 이념과 방향이 서로 충돌하고 도전하고 보완하고 절충하면서 사회와 정치 나아가 나라가 발전해 가는 것이다. 하지만 누차 강조해 온 바와 같이 언론만큼은 그 어떤 단체와 이념의 하수인이 되어 홍보지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저 사실 즉, 팩트만이 관심의 대상이 돼야 한다. 이는 한마디로 언론만큼은 그 어떤 시류와 사상과 노선과 이념에도 치우쳐선 안 된다는 사실을 언론이라는 단어는 태생부터 가지고 있다.

어용(御用)이라 하듯, 언론이 자기의 사명을 저버리고 매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했던 그 수치를 교훈삼지 않고, 스스로 중국의 환구시보,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같이 진보와 보수라는 어느 한 쪽의 이념의 시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불 보듯 훤하다.

진보와 보수, 이는 국가가 퇴보 내지 정체되지 않고 발전해 가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가치다. 그렇게 중요한 가치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진보와 보수의 의미는 그 개념부터 불명확한 게 사실이다. 그렇게 된 데 대한 이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행하게도 남과 북이라는 분단의 운명을 가져왔고, 그 분단은 어찌 보면 이념과 사상의 분단이기도 하다. 따라서 진보와 보수의 개념도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본래의 개념을 벗어나 보수는 남한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진보는 개혁과 혁명을 앞세운 북한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세력으로 인식하게 됨으로써, 용어의 본질까지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진보와 보수의 개념에 대해 프랑스를 제외한 세계는 전자와 같이 용어 본연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우리는 그 의미가 변질되고 퇴색됨으로 인해 모든 분야에서 혼돈을 가져오게 됐고, 분리를 거듭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을 초래하게 됐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 김여정 특사의 방남으로 온 나라는 화해와 협력의 과정을 통해 통일이라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기보다는 왠지 모르는 혼란스러움이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공산주의는 구소련의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중국은 교조주의라는 다른 옷을 갈아입게 되고, 그러한 과정을 틈타 북한은 70년대 들어서면서 황장엽을 통해 소련도 중국도 아닌 김일성주체사상이라는 김일성만의 공산주의 이론을 정립함으로써 김일성 일인 독재를 넘어 우상화가 시작됐다. 이 주체사상은 70~80년대 남한사회 노동자와 대학가를 강타하면서 노동운동과 소위 전대협·한총련 등 운동권이라는 학생운동을 통해 독재와 부패와 맞선 정의의 이름으로 이 땅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며 오늘날 개혁과 혁명을 앞세우며 진보의 이름으로 정권을 잡게 됐다. 이 대목에서 짚어 볼 것은 과거 정권의 독재와 부패는 김일성주체사상 즉, 주사파를 이 땅에 독버섯처럼 일어나게 하는 명분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지금까지 기득권을 가졌던 세력이 보수라면 그들의 북한관(觀)은 무엇이었을까. 북한 주민이 적이 아닌 북한 김일성가(家) 즉, 북한 정권이 적이라는 점이다. 이와 반대로 진보라는 이름을 걸고 김일성주체사상으로 좌경화된 세력은 인권을 말하지만 북한 주민의 인권보다 그 주체사상에 매료된 세력이라는 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금 대한민국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 두 이념의 주술에 취해 우왕좌왕 비틀거리며 방황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과거 보수정권은 긍정의 면도 없다 할 수는 없지만, 불법과 독재가 낳은 부패는 심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 부패라는 명분으로 다른 사상이 자유대한민국에 뿌리내리게 해선 안 된다는 점 또한 분명해야 한다.

아이러니 한 것은 개혁과 혁명의 주체세력이 막상 정권쟁취가 현실이 되자 욕심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 정권의 화해와 협력이라는 평화공세가 위장이라는 말처럼 김정은은 절대 정권을 포기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남한 정권 또한 잡은 정권의 맛을 아는 이상 권력을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처럼 형식적인 통일놀이로 또 다시 국민들을 기망하며 또 진을 빼지 말아야 할 것이며, 중국도 미국도 결국 자국의 이익을 위한 조치며 대화며 제재라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한다.

우리 민족의 통일은 세계가 지지하는 가운데 우리 스스로 해야 하는 게 진리다. 통일은 독일 통일 등 지난 인류의 역사가 말하듯, 사람의 계산과 외교와 군사력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며, 오직 민간에 의한 하늘의 뜻으로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쓴 이유는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며, 주인된 국민이라면 진실을 알고 분별력을 가질 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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