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일본 대학생의 10명 중 9명이 금년 3월 졸업도 하기 전에 일자리를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문부과학성과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12월 1일 기준으로 대졸 예정자의 취업 내정률이 전년 동기보다 1.0% 포인트 높은 86%라고 한다.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교 졸업예정자의 취업 내정률도 88.1%였다.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고용을 늘리고 있는 데다 인구 감소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해 한국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9%로 2000년 이후 최악이다.

또한 지난해 일본의 제조업 일자리가 7년 만에 1000만개를 돌파했다. 해외에 나갔던 공장들이 속속 일본에 유턴한 것이 주요 이유라고 한다. 일본 정부 조사에 따르면 1년 사이 해외에 생산 시설이 있는 일본 기업의 11.8%가 생산 물량을 일본으로 이전했다. 도요타와 닛산은 연산 10만대 규모의 북미 생산 라인을 일본에 가져왔고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는 35년 만에 일본 내 공장을 짓기로 했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기업들이 ‘리쇼어링(본국 유턴)’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유턴은 일본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해외 탈출로 고전하던 일본은 2000년대 이후 수도권 규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를 없애고 노동시장을 유연화 하는 등 기업 유치에 총력을 다했다. 아베 정권은 법인세율을 낮추고 규제를 개혁하고 엔저(低)까지 유지하면서 기업 비용 부담을 줄여 주었다. 그 결과 고비용·규제왕국 일본이 일본 내 생산이 더 경쟁력이 있는 매력적인 생산지로 탈바꿈했다. 해외 법인을 철수하고 돌아온 유턴 기업이 2015년 한 해만도 724곳에 달했다. 이것이 청년들이 직장을 골라 간다는 일자리 풍년으로 이어졌다.

미국도 유턴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는 등 적극적 정책으로 7년간 1200여 해외 공장을 불러들였다. 이 덕분에 미국의 일자리가 34만개 늘었다. 독일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도 중국의 생산 라인을 독일로 옮겼다. 유턴은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나 일본 ‘아베노믹스’의 핵심 목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41개에 그친다. 그마나 2013년 말 유턴기업지원법 발효 이듬해인 2014년에 22개 유턴기업이 몰렸을 뿐 2016년을 제외하곤 매년 유턴기업 수는 한 자릿수이다. 지난해에는 7월 말까지 유턴한 기업이 3곳에 그쳤고 대기업 유턴 사례는 전무하다. 앞으로 전망도 암울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2016년 수출실적 50만 달러 이상인 1만6013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해외에 생산거점을 둔 기업 가운데 해외에 생산시설을 확대할 의사가 있는 기업은 절반에 가까운 49.1%에 달했지만, 유턴을 고려한다는 회사는 4.7%에 그쳤다. 규제왕국, 노조왕국과 기업 부담을 늘리는 반(反)기업 정책 등으로 기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자국 기업들의 해외 공장을 국내로 되돌리는 ‘리쇼어링’이 세계적 추세다. 선진국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을 되돌리는 ‘유턴’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한국은 역주행을 하고 있다. 기업 유턴 활성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2015~2016년 국내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FDI) 증가율은 연평균 6.6%로 국내 투자 증가율(3.3%)의 2배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제조업 분야의 해외 생산 의존도도 12.8%에서 19.2%로 급증했다. 말로는 ‘유턴 지원’을 외치지만 각종 규제와 부족한 지원 등으로 인해 기업들 마음을 돌리지 못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만 커지고 있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고용한 근로자가 286만명으로 국내 청년 실업자(41만 7000명)의 7배에 달한다. 그중 10%만 국내로 돌아와도 정부의 올해 일자리 수 증가 목표인 30만개가 쉽게 해결된다. 우리도 ‘유턴기업지원법’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과감한 세제 혜택과 유연한 노동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경직된 노동시장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대학도 학생들의 취업과 창업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혁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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