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C] 사시생 떠난 고시촌 가보니… 로스쿨 논란은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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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천지TV=황금중 기자] ‘희망 사다리’로 불리던 사법시험이 55년 만에 폐지되고,
로스쿨이 법조인에 입문할 유일한 길이 됐는데요.

이 때문에 사시생의 보금자리였던 고시촌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는데 그 모습을 천지TV에서 담아봤습니다.

관악산과 도림천 사이, 일명 명당에 위치한 신림동 고시촌.
1963년 사법시험이 생기고, 1975년 서울대가 이전해오면서 많은 사시 준비생이 이곳에 찾아 들었습니다.

하나 지난해 12월 28일 헌법재판소 합헌 재확인으로
남아있던 사시 준비생들 대부분이 떠나게 됐습니다.

확연히 한산해진 거리.

(인터뷰: 양위승 | 안경점 운영)
“폐허지 동네가. 사람이 없으니까 폐허지, 많았지 옛날에는. 이 시간 되면 전혀 움직임이 없잖아.”

고시원은 몇 곳만 남고, 원룸들이 들어섰습니다.
책상에 앉아 법전을 외우던 독서실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북적이던 고시촌은 공무원이나 다른 고시 준비생들의 터전이 되었고,
주변 상권도 가라앉게 됐습니다.

(인터뷰: 공인중개사)
“고시원들이 원룸으로 바뀌는 추세거든요. 고시가 활성화됐을 때는 이 앞을 사람들이 다니지 못했어요. 문 닫고 나가서 보면 위쪽은 사람들 머리 때문에 바닥이 안 보였거든요. 지금은 퇴근할 때 나가서 보면 바닥만 보여요. 사람은 없고”

(인터뷰: 양위승 | 안경점 운영)
“매출액이 50~60% 다운됐으니까. 작년 겨울에 비해서 한 60%”

저렴해 고시생들이 즐겨 찾던 고시식당은 손님이 줄어 문을 닫거나
다른 음식점으로 바뀌었습니다.

(인터뷰: 김남호 | 식당 운영)
“여기 우리 가게는 줄 서서 밥 먹었었어요. 근처 세입자들이 오는 거야. 그 외에는 (손님이) 없어.”

벽보 한쪽을 가득 메웠던 사시 관련 정보지가 떼어지고,
대신 법원행시와 공무원 시험 과목 소개지가 붙었습니다.

(SU)
저는 지금 고시생들로 북적였던 고시촌의 중심 녹두거리에 나와 있습니다.
사시생들이 떠난 고시촌은 활기가 사라지고, 흔적만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채 떼지 못한 간판들과
마지막 사법시험 합격을 축하하는 현수막들이 아직 붙어 있습니다.

2009년 상경해 8년 넘게 사시 준비를 했던 박씨는 판·검사의 꿈을 접고, 법원직 공무원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모씨 | 과거 사법시험 준비생)
“오랫동안 있었고 여기 사법고시 공부하던 사람들은 로스쿨 제도보다 이게 공정하고 저비용이고 효율적이고 이런 제도이기 때문에, 없어질 것은 아니다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죠. 제도상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마지막 사법시험 1차 있을 때 많이 (고시촌에서) 빠졌죠.”

사법시험 과목을 주로 강의하던 법학원들은
노무사 등 전문직 자격증이나 공무원시험 준비 과목들로 강의를 변경했습니다.

(인터뷰: 인근 법학원 강사)
“변호사시험은 특별히 아직 하는 게 없고요. (아직 과목이 만들어진 게 아닌가요?)
예. 변호사시험보다는 행시 쪽 위주로 하고 있어서요.”

고시촌에 머무는 로스쿨 학생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변호사시험 준비반이 있어도 대부분 정원 미달입니다.

(인터뷰: 인근 법학원 수강생)
“사법시험은 1차 응시생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변호사시험은 입학 정원이 한정돼 있으니까. 학원마다 조금씩 다른데 아무래도 사법시험 때보다는 인원수는 많이 줄어들었죠.”

유일한 법조인 등용문이 된 법학전문대학원, 즉 로스쿨 지원자는 늘어났습니다.

전국 25개 로스쿨 올해 지원자는 1만 378명으로 작년보다 7.2%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적잖은 등록금 때문에 ‘금수저돈스쿨’, 또 현대판 ‘음서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모씨 | 과거 사법시험 준비생)
“돈 주고 사법시험 치게 하는 제도나 마찬가지예요. 돈을 3년 동안 대학원식으로 바꿔놓고. 변시(변호사시험)도 붙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있는 사람들이나 채용할 수밖에 없는 그런 시스템이잖아요. 로스쿨이 요즘 하도 말이 많아서 들어갈 때는 상당히 공정한 거 같아요. 그런데 나올 때는 특히 로펌 갈 때가 굉장히 불투명한 거죠. 판·검사 될 때도 불투명한 거고”

(인터뷰: 임모씨 | 로스쿨 졸업생, 변호사시험 응시자)
“제도가 마련된 이상 학생, 수험생 입장에서는 제도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논의 과정을 거쳐 가지고 사법시험 폐지하기로 했고.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더 늘려야 된다는 의견이 있잖아요?) 로스쿨도 협의회하고 법무부하고 일정한 학생들이 참여해서 적정한 합격자 수를 정했으니까 수험생이 자기가 합격이 불안한 심정은 있지만, 합격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존의 합의를 깨뜨릴 만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사시생들이 떠난 신림동 고시촌.
고시생의 원조, 사시생들이 츄리닝에 슬리퍼 차림으로 두꺼운 법전과 씨름하던 풍경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김영숙 | 떡집 운영)
“고시생들이 없어지니까 하숙 치고 고시원을 했던 사람들이 지금 다 (그만뒀어). 독서실도 많이 비었어. 여기가 옛날과 판도가 확 달라졌어. 옛날에는 고시원에서 밥해주고 했었잖아. 없는 사람들은 머리로 해서 그거 따려고 고시 쪽방에서 고생하면서 공부해 가지고. 근데 자살하는 사람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의외로 많아.”

지난해 59회 시험을 끝으로 사법시험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사시 낭인을 막고,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지닌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것이 로스쿨 제도의 취지인데요.

(인터뷰: 윤인진 |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법조인이라는 종합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전문인을 길러내는 건데. 기존의 법학대학이라고 하는 제도하에서는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사법시험 준비하는데 정진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사법적인 전문 지식을 갖출 순 있지만, 인간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갖추지 못하고 전문적인 법학 지식만을 배우고 좁은 시야를 가진 사람이 법률로 판정하는 중요한 위치에 가는 것은 문제다.”

(인터뷰: 박모씨 | 과거 사법시험 준비생)
“서울권 (로스쿨)은 35세 넘으면 아예 안 뽑아준다. 로스쿨 취지가 전문성 있는 사람들을 뽑겠다는 거 아니에요. 그럼 사회 경험이 있으려면 최소한 30대 초반은 돼야지. 특히 00대 같은 경우는 아주 대학 갓 졸업한 어린애들을 선호하니까. 통계를 봐도 서울권이 20대가 많죠. 로스쿨 입시판에서 공공연한 사실이고, 나이가 먹으면 ‘디메리트(demerit)’라고 표현하더라고요. 국가 인재 등용 제도의 꼭짓점에 있잖아요. 사법시험이 음서제식으로 가버리면 모든 게 다 그렇게 가버리거든요.”

(인터뷰: 윤인진 |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로펌 같은 곳에 들어가는 면에 있어서도 집안에 빽이 있으면 들어가고, 그렇지 못하면 그런 기회도 못 갖는 것이 나타나는데. 그런 부분들은 좀 더 공정한 제도로 보완하는 식으로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로스쿨을 다시 폐지하거나 또 사시와 병행하거나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추진한 것을 허무는 것이 되기 때문에.”

정의를 구현해야 할 사법기관들 이 최근 검찰 내 성추행 폭로로 개혁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로스쿨이 제대로 된 법조인 양성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취재/편집: 황금중 기자, 촬영: 오동주·황금중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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