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유비의 화염 공격을 받은 황건적의 장량과 장보는 패잔병들의 틈에 섞여 겨우 목숨을 부지한 채 구사일생 도망을 치고 있었다. 도망치는 그들 앞에 조조가 군사들을 이끌고 앞을 가로막았다. 춤과 노래를 잘하는 조조는 어릴 적부터 잔꾀가 많기로 유명했다.

그는 점점 자라서 청년이 됐다. 교현(橋玄)이란 사람이 조조의 집에 놀러 왔다가 그를 보고 말했다.

“천하가 장차 어지러워질 텐데, 하늘이 낸 재주가 아니면 능히 세상을 건져내지 못할 것일세. 세상을 편안하게 할 사람은 아마 자네밖에 없으리.”

그가 조조를 칭찬했고, 남양 땅의 하옹 역시 조조를 대해 본 뒤 사람들에게 말했다.

“한(漢)나라는 장차 결딴이 나고 말 텐데. 천하를 편안하게 할 사람은 아마 조조밖에 없네.”

그 말을 듣고도 조조는 별로 기뻐하지 않았다.

조조는 여남 땅의 허소를 찾아갔다. 그는 지인지감(知人之鑑)이 높은 사람이었다.

조조가 허소에게 물었다.

“선생께서는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허소는 조조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아무런 대답도 아니 했다.

“큰일을 해볼 만한 인물이 못 됩니까? 말씀 좀 내려 주십시오.”

조조의 간청에 허소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네는 태평한 세상에는 능한 신하가 될 것이고, 어지러운 세상에는 간특한 영웅이 될 것이네.”

그 말에 조조는 입이 떡 벌어졌다.

그는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 20세에 과거에 합격해 낙양의 북도위에 임관됐다.

조조는 도임 초에 오색봉 수십 개를 고을 사대문에 벌려 세우고 밤중 인정이 지난 뒤에 통행하는 행인은 어떤 고귀한 신분이라도 벌을 주었다.

중상시 중에 건석이라는 내시가 있는데, 그의 가까운 친척인 자가 든든한 세력을 믿고 통행금지인 인정이 지난 시각에 칼을 차고 오색봉이 늘어선 금표 안으로 들어갔다. 중상시는 황제를 모시고 있는 내시 중에서도 높은 서열에 있는 중견 내시였다.

조조가 야간 순시를 하다가 금표 안에 들어선 중상시 건석의 친척을 면전에서 꾸짖었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법으로 금지된 통행금지 시간에 마음대로 돌아다니시오?”

그 말을 들은 건석의 친척은 조조의 벼슬이 미관말직인 것을 보자 칼을 땅에 짚고 버티고 서서 고개를 쳐들었다.

“나는 중상시 건석의 아저씨이다.”

“중상시의 아저씨가 아니라 십상시의 할아비라도 국법은 어길 수 없는 것이오. 법대로 벌을 받으시오.”

말을 마친 조조가 그를 오랏줄에 묶어서 오색봉 앞에 내세웠다. 건석의 아저씨는 동이 훤하게 트일 때까지 꼼짝할 도리 없이 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뒤부터 조조의 공과 사를 가리는 매서운 이름이 낙양에 떨치게 됐다.

조조는 그 다음에 돈구령이 됐다가 황건적의 난리가 일어나자 기도위에 임관돼 마병과 보병 5천을 거느리고 영천으로 행군하다가 장량과 장보의 패잔병들과 부닥친 것이다.

조조는 군사들을 휘동해 황건적을 무찌르니 죽은 자가 1만여명이요. 말과 북이며 기치 창검을 수거하니 수천 벌이었다.

장량, 장보는 또 한번 조조 군사들에게 호되게 대패해 남은 패잔병을 겨우 수습해 잔명을 보존하여 구사일생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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