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가게 이혜옥 상임이사 (사진/박미혜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아름다운 가게 이혜옥 상임이사를 만나다

[천지일보=서영은 기자] “당신은 비싼 가격으로 좋은 물건을 사겠습니까, 아니면 저렴한 가격으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겠습니까.”

이 질문을 들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신뢰가 가는 물건을 택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어느 쪽도 이들을 만족시키지 못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신뢰’다. 이는 인간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물건을 구매할 때 역시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객은 그 상품 가치와 필요성 그리고 여러 가지 좋은 조건을 요모조모 따져 본 후, 믿을 만한 물건을 선택한다. 이는 새 상품이든지 헌 상품이든지 일맥상통하지만 헌 상품에 대해 고객은 더욱 꼼꼼하게 살펴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헌 상품을 사고파는 시장이 외국처럼 발달되지 않았다.

▲ 아름다운 가게 이혜옥 상임이사 (사진/박미혜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혜옥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는 “헌 물건에 대한 기피현상은 물건을 사용했던 사람의 영혼이 묻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헌 물건을 다시 사용하는 것에 대한 편견은 쉽게 바뀌기 어렵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헌 물건을 찾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 헌 물건을 취급하는 ‘아름다운가게’에 가득 찬 손님을 보더라도 단번에 알 수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시민들이 쓰지 않는 물건을 기증받아 저렴한 가격으로 파는 곳이다. 여기서 발생되는 수익금은 소외된 이웃과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뛰는 단체를 지원된다.

이 가게는 현재 7년이란 기간 동안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나가는 또 다른 사회봉사 단체다. 열 명의 사람들이 모여 시작한 작은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받아쓰고 다시 쓴다)’ 운동으로 시작한 아름다운가게. 얼마 전에는 100호점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작은 희망이 모여 헌 물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고 신뢰를 얻어 낼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한결같은 마음으로 아름다운가게와 함께한 이가 있으니, 1호점 자원봉사자에서 현재 107호점 CEO가 된 이혜옥(사진) 상임이사다.

Q.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육아에서 해방되고 자유로워지면서 하고 싶은 일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공부를 계속하는 것과 시민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시작한 게 ‘헌 물건을 파는 것’이었어요. 저 같은아주머니 10명이 모여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부터 이렇게 큰 가게를 구상했던 것은 아니고 ‘헌 물건을 사람들이 살까?’라는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시작했죠. 지금 1호점인 안국동에서 노점을 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노점을 했던 횟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그때부터 본격적인 자원봉사를 시작했고 정식으로 가게를 개점했죠. 열정이 있으니 1호점 점장까지 맡게 됐어요.

그때 든 생각은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 전국적인 운동을 펼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2년 당시, 다른 곳에서도 아나바다 운동을 했었는데 활성화되지 못하고 소수 사람들만 공유하는 것으로 끝나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처음 노점상을 시작했을 때 ‘잠깐 하다 말겠지’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어요.

Q. 헌 물건을 모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처음에는 물건이 없으니까 자원봉사자들이 자기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가져왔죠. 장롱이나 창고에 쌓인 헌 옷부터 물건까지 싹 끌어왔다니까요. 혹여나 물건이 없으면 주위 친구나 친척 집에 있는 헌 물건까지 다 거둬와 판매를 시작했어요. 이제는 주위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있으면 이혜옥에게 연락하면 된다’는 소문까지 났어요. 주부들이 물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받아오고 정리, 판매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주부만이 잘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Q. 아름다운가게가 107호점까지 갈 수 있었던 성공 요인은 무엇 인가요.
성공한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고급스러운 로고, 독특한 아이디어와 마케팅 전략으로 고객에게 다가갔죠. 좋은 일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 또한 성공 요인이겠네요. 현재 이곳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를 우리는 ‘활동 천사’라고 불러요. 무려 5000명이 넘는 분들이 일을 같이 하고 계시죠. 이들은 단순히 봉사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스스로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죠. 결국 아름다운가게가 이렇게 크게 움직일 수 있었던 힘은 5000명의 활동 천사들 덕분이죠. 아울러 시민들의 참여로 이뤄낸 기부와 기증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거예요. 그 가운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투명성과 정직성이 함께 있었기에 가능했죠.

Q. 어떤 사업을 진행 중이신가요.
많은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느 기업의 경우 직원들이 저희 쪽으로 물품을 꾸준히 기부하고 하고 있어요. 이때 기부된 물품들은 특정한 날에 판매해요. 눈여겨 볼 점은 기부한 직원들이 직접 판매한다는 거죠. 기업 임직원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300개가 넘는 기업이 저희와 함께 일하고 있어요. 매장에서 판매되지 못한 물건들은 재활용합니다. 지갑이나 인형 등을 만들죠. 그물포사업과 커피사업 등 총 3가지의 사업으로 넓혀가고 있습니다. 정신없이 바쁘지만 해야 할 일이라는 사명의식을 바탕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혜옥 상임이사는 많은 사업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 같지만 목표와 계획은 분명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아름다운가게가 지역 커뮤니티 문화운동을 지도한다는 생각으로 일 한다”며 “올해 사업계획은 지역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가게는 이제 8살이 됐다. 단지 사고파는 장사가 아니라 나눔과 순환을 이끌어내는 하나의 운동이다. 아름다운가게에서는 기부를 ‘돈 있는 사람이금전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차원이 아니라고 한다.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을 필요한 누군가에게 내어준다면 이게 바로 기부의 참 의미라고 본다. 이러한 생각이모이고 모여 대한민국 기부문화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문의) 아름다운가게 1577-1113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