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난민이 지난 1월 22일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에 있는 난민촌에서 열린 송환 항의 집회에 참석해 손을 흔들며 미얀마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로힝야족 난민이 지난 1월 22일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에 있는 난민촌에서 열린 송환 항의 집회에 참석해 손을 흔들며 미얀마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가 반군 토벌을 이유로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민간인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는 일명 ‘인종청소’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중장비를 동원해 로힝야족의 흔적까지 지웠다고 AFP통신은 13일 전했다.

최근 미얀마 주재 외교단의 분쟁지역 방문에 동참했던 크리스티안 슈미트 유럽연합 대사는 로힝야족이 거주하던 마을을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공개했다. 미얀마 정부군은 중장비를 동원해 불에 탄 건물의 잔해를 완전히 철거하고 마을 인근에 있던 수목도 밀어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로힝야족 인권단체인 아라칸 프로젝트의 크리스 레와는 “로힝야족들이 파괴된 마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로힝야족의 삶의 자취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며 “로힝야족은 미얀마 군인들이 자신들이 살았던 흔적을 쓸어버리려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난민 송환 책임자인 민 미얏 아예 사회복지부 장관은 “(로힝야족) 마을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실행하려 한다. 그들이 돌아오면 원래 거주지 등에서 살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 사회에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국민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오랫동안 차별과 박해를 받아왔다.

로힝야족은 미얀마군이 성폭행과 방화·고문을 일삼으면서 자신들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려 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미얀마군의 이런 행위를 ‘인종청소’로 규정하고 제재를 가했다. 하지만 미얀마는 이런 주장이 거짓이라며 국제사회 조사단의 활동도 수용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8월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대(對) 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 30여곳을 습격하자 미얀마군은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반군 소탕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 난민 70만여명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 이 유혈사태로 인해 한 달 만에 67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말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로힝야족 난민을 2년 이내에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합의했지만, 박해를 경험한 난민들은 신변 안전과 시민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텼고, 난민 송환은 무기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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