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귀국길에 오르면서 대북 강경 입장을 고수하던 모습에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되는 가운데, 지난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여 예선전을 관람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뉴스천지)DB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귀국길에 오르면서 대북 강경 입장을 고수하던 모습에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되는 가운데, 지난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여 예선전을 관람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뉴스천지)DB

애초 군사옵션 등 강경입장
평창이후 대화 가능성 시사
펜스·틸러슨 “美도 대화준비”
외신 “향후 한미훈련 등 주목”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 주목된다. 방한 기간 내내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북한 고위급 대표들과 접촉을 피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행 전용기 안에서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압박을 강화하겠다면서도 “대화를 원하면 하겠다. 최대의 압박 전략과 관여를 동시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 기간 동안 평택 해군 제2함대에 들러 북한에 의해 폭침된 천안함을 살펴보고, 북한에서 억류됐다가 풀려나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친과 탈북자들과 면담을 하는 등 북한의 인권문제를 비난하는 행보를 해왔다. 하지만 귀국길에 대화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으로 변화를 보였다.

WP 로긴은 펜스 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가 북한과의 추가적인 (외교적) 관여를 위한 조건에 합의했고, 한국이 대북 관여에 나서면 미국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文 대통령과 회담 후 美 대화 문턱 낮춰

펜스 부통령이 이러한 강경 입장에서 대화의 문턱을 낮춘 데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두 차례 실질적인 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WP는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한국을 방문한 내내 강경 입장에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단계를 밟지 않는 한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만으로는 북한에 경제·외교적 혜택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펜스 부통령은 외교적 해법에 기대를 걸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중앙위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에게 북한 방문을 요청했지만 문 대통령은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즉답을 피했다. 이는 미국과의 조율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펜스 부통령은 “지난 20년과는 다른 것 같다. 문 대통령이 북한 고위급대표단에 ‘미국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배경이 이러한 점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WP 로긴은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펜스 부통령은 대북제재와 압박을 흔들지 않고 비핵화를 전제로 한다면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북한에 대한 관여를 백악관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북한과 대화를 중시해온 입장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었다. 반면 비핵화 약속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강경 입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이었다. 대북 강경 입장이 변화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은 12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미 대화의 성사 여부가 북한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틸러슨은 “북한이 우리와 진지하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대화할 준비가 된 때를 결정하는 것은 정말 북한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WSJ “한미훈련·北재도발 주목”

외신들은 미국이 기존 강경 입장에서 대화의 문턱을 낮춘 모습을 각각 평가하고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들에 대해 주목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반도에서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과 새로운 외교가 공존할 수 있을지 곧 알게 될 것”이라며 “남북대화는 북핵 교착상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WSJ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벼랑 끝에서 맞은 새 국면 앞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북한이 대화 국면에서 핵·미사일 시험을 재개할 것인지, 북·미 대화 성사 여부가 중요한 해결 과제로 대두됐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궁극적으로 미국과 북한과의 대화를 염두에 두고 올림픽 이후 남북 간의 관여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협상에 나서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끝내도록 하기 위한 제재는 강화돼야 한다는 점도 한국과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CNBC방송은 “펜스 부통령의 최근 취한 전략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해결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제재라는 과거의 시도와는 다르다. 중대한 변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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