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펜스, 대북압박 지속하며 韓 대북 관여”… 강경에서 한 발 뒤로
펜스, 文대통령 회동 뒤 입장변화… “文, 북에 ‘미와 대화’ 강조에 신뢰”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평창동계올림픽 계기로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대북 압박을 지속하면서도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는 의지를 시사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펜스 부통령이 밝힌 이러한 의지는 기존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한 압박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확인받고 직접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과 달리, 압박과 외교적 관여를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돼 그 행보가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펜스 부통령이 사흘간의 한국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WP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과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방한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과의 두 차례 실질적인 대화를 통해 한·미가 북한과의 추가적인 (외교적) 관여를 위한 조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펜스 부통령은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한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를 위한 명백한 단계로 나아가지 않으면 대북 압박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동맹국들이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행보라고 믿을 만한 무언가를 그들(북한)이 실제로 실행할 때까지는 압박을 중단하지는 않는 등 최대압박은 지속·강화하면서도 대화를 원하면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펜스 부통령이 밝힌 이러한 입장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를 향한 분명한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압박을 지속하지만,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과 마주앉아 대화를 나눌 용의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WP는 분석했다.
이는 최대 압박 전략으로 북한의 완전한 양보를 이끌어낸 후 직접 대화하겠다는 이전 방침과는 차이가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WP는 펜스 부통령이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만찬 회동과 10일 스케이트 경기 관람을 하면서 이러한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WP “펜스, 文대통령과 회동 후 강경 입장서 변화”
펜스 부통령은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일정을 소화하는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매일 협의를 하면서도 문 대통령과의 이 두 차례 만남 전까지 한·미 양국이 평창올림픽 후에도 한국이 새로운 대북 관여를 지속할지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고 WP는 전했다.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첫 회동 전까지도 이러한 입장 불일치는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통한 대북 관여를 실제 협상으로 이어가기를 원했지만, 펜스 부통령은 대북 압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 간 두 차례 회동에서 돌파구가 열렸다는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국제사회가 대화의 대가로 북한에 양보하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단계를 밟지 않는 한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만으로 경제·외교적 혜택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을 듣고 나서 평창올림픽 이후 평양과의 외교적 해법을 지지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펜스 부통령은 “지난 20년과는 다른 것 같다. 문 대통령이 북한 고위급대표단에 ‘미국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WP는 전했다.
WP 칼럼니스트 로긴은 미국이 전제 조건 없는 초기 대화의 개념을 받아들인 것을 높게 평가하면서 한·미 관계의 균열을 해소하고 미국과 북한이 파괴적 국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희망을 가져올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