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 출전한 이승훈이 결승선을 통과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다. (출처: 연합뉴스) 2018.2.11
1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 출전한 이승훈이 결승선을 통과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다. (출처: 연합뉴스) 2018.2.11

은메달 밴쿠버대회보다 2초 앞당겼으나 최종 5위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천m 결과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는 속담이 생각나게 하는 경기였다.

11일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5000m에서 장거리 황제 스벤 크라머(32, 네덜란드)가 6분 9초 76의 기록으로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막판 무서운 질주를 선보인 이승훈(30, 대한항공)도 은메달을 획득했던 2010밴쿠버올림픽대회(6분 16초 95)보다 2초를 앞당기는 기록으로 내심 메달을 기대케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5위(6분 14초 15)로 마감했다.

이번 평창에서 이승훈은 사실 신설된 매스스타트가 더 메달이 확실한 주종목이다. 밴쿠버올림픽 빙속 5천m에서 크라머에 이어 깜짝 은메달과 1만m에서 크라머의 실격으로 금메달을 획득하긴 했으나 크라머 외에도 다른 선수들의 급성장으로 이 두 종목에서 메달권은 전력상 버거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네덜란드 메달리스트 출신 밥 데용 코치를 영입하면서 선전이 기대됐다. 이승훈 역시 1500m 종목을 포기하면서까지 의욕을 보인 바 있다.

이날 이승훈은 5조에서 벨기에의 바르트 스빙스(27)와 레이스를 펼쳤고, 스빙스가 의외로 앞서가는 빠른 레이스를 보이면서 이승훈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이승훈은 초반 200m를 18초 92로 돌파한 뒤 600m(29초 31), 1000m(29초 47), 1400m (29초 78), 1800m(29.68)를 연이어 400m 랩타임을 29초대로 기록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2200m(30초 06)부터 2600m(30초 03), 3000m(30초 12)까지 연이어 30초대를 기록해 4년 전 소치올림픽(12위) 당시 중후반 레이스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됐다. 더구나 파트너 스빙스와는 거리가 점점 벌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승훈은 3400m를 다시 29초대(29초 65)로 랩타임을 끊어 페이스를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고, 3800m에서 29초 63을 시작으로 4200m(29초 24), 4600m(29초 06)에서 점점 랩타임을 단축해나가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마지막 바퀴에서는 스윙스까지 추월해버리더니 결국 6분 14초 15의 기록으로 들어왔다. 밴쿠버 당시 자신의 기록보다 약 2초를 앞당겼고, 그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크라머와도 비슷한 기록이었다. 이승훈 역시 만족스러워하며 주먹을 쥐며 활짝 웃었고, 10명이 경기를 치른 가운데 1위의 기록이자 레이스를 남겨둔 우승후보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성적이었다.

이승훈의 5조까지 경기를 치르고 나서 정빙 작업 후 경기가 재개됐고, 7조까지도 이승훈을 앞서는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 이제 4개조만 남은 가운데 8조 레이스는 소치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얀 블록휴이센(네덜란드)이 나섰다. 블록휴이센은 중반까지 엄청난 레이스를 보여 파트너 피터 마이클(뉴질랜드)을 멀찌감치 따돌렸으나, 이후부터는 랩타임 30초대를 연달아 기록하며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졌다. 이대로라면 이승훈의 기록을 넘기는 어려워보이자 이승훈이 최소 동메달은 가능해 보이는듯 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왔다. 바로 뉴질랜드의 마이클이 조금씩 간격을 좁혀오면서 블록휴이센을 추월하더니 이승훈보다 0.08초 앞선 기록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승훈이 2위로 밀리는 순간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세계신기록 보유자이자 네덜란드에서 캐나다로 귀화한 테드 얀 블로먼(32)과 장거리황제 크라머의 레이스였다. 이승훈의 메달 여부가 달린 9조 경기에서 테드 얀 블로먼(캐나다)은 스베레 룬데 페데르센(노르웨이)과 레이스를 펼쳤다. 테드 얀 블로먼은 역시 세계신기록 보유자다운 페이스를 보였고, 페데르센 역시 결코 뒤지지 않는 레이스를 펼쳤다.

결국 두 선수는 6분 11초 61로 동시에 들어오면서 이승훈은 아쉽게 4위로 밀려나 메달이 달아나고 말았다. 최종 결과는 테드 얀 블로먼이 0.002초차로 앞선 결과로 나왔다.

그 다음 10조에서 레이스에 나선 크라머는 역시 황제였다. 거의 대부분 랩타임을 29초 초반대를 유지하는 놀라운 페이스로 경기장을 함성으로 달구게 했다. 결국 크라머는 가장 압도적인 레이스로 6분 9초 76으로 통과, 올림픽 신기록을 다시 수립하며 3연패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종 5위를 기록한 이승훈이 2200m부터 세 번의 랩타임을 29초대만 기록했어도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경기였다. 아울러 비록 이승훈이 메달을 놓쳤으나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 경기였다. 이승훈은 경기 직후 “성적을 떠나 목표했던 것보다 기록이 잘나왔고, 남은 종목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훈은 오는 15일 오후 8시 1만m에 출전해 재차 메달에 도전한다.

1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네덜란드 스벤 크라머가 시상대에 올라 환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8.2.11
1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네덜란드 스벤 크라머가 시상대에 올라 환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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