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하안거에 참여한 스님들이 화엄사 선등선원에서 참선하고 있다. (불교저널 제공)

한국불교의 안거수행 세계 유일하게 남은 단체 수행문화

[천지일보=이길상 기자] 지금 전국 선원에서는 수좌스님들이 수행에 매진하고 있다. 수좌스님들 뿐만 아니라 일반사찰 스님과 신도들도 함께 정진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안거(安居)가 있어 매년 두 차례씩 수행을 한다.

안거란 여름철 3개월(음력 4월 보름에서 7월 보름까지)과 겨울철 3개월(음력 10월 보름에서 정월 보름까지)씩 전국의 스님들이 외부와 단절하고 참선에 전념하는 것으로 출가수행자들이 일정한 기간 한 곳에 모여 정진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불교의 안거수행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단체 수행문화이다.

하(夏)안거는 인도에서 유래됐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 석 달 동안 수행자들이 한 곳에 머물면서 좌선 수행에 전념하는 것이다. 안거는 산스크리트(법어)의 ‘바르샤’를 번역한 말인데 우기(雨期)를 뜻하며 하행(夏行) 하경(夏經) 하단(夏斷) 하좌(夏坐) 좌하(坐夏) 백하(白夏) 등으로 불린다.

인도의 승려들은 우기인 4월 15일 또는 5월 15일부터 3개월간 초목이나 작은 곤충을 밟아 죽일 위험이 있다고 하여 외출하지 않고 동굴이나 사원에 칩거하면서 수행에 전념했다. 이것을 안거라 부른다. 원래 인도에서 불교 이외의 종교교단에서 거행했던 것을 불교에서 되받아 들인 것이다. 이와 같은 안거제도는 부처님 당시에서부터 유래된 것이었다.

안거 첫날은 여름 안거의 제도를 맺는다는 뜻에서 결하(結夏)·결제(結制)라고 하였고 안거를 마치는 것을 과하(過夏), 안거 제도를 푸는 것을 해하(解夏)·해제(解制)라고 하였다. 안거를 마친 후에 안거 중 저지른 죄가 없었는지를 서로 묻고 답하는 자자(自恣)를 벌였는데 이 날을 자자일이라고 한다.

안거에 들어간 스님들은 묵언·무문관(無門關)·장좌불와(長坐不臥) 등 수행을 하기도 한다. 묵언은 말하지 않는 수행이며, 무문관은 독방에 기거하며 밖에서 문을 잠가 문밖으로 나가지 않는 수행이고, 장좌불와는 바닥에 눕지 않는 수행이다. 성철스님은 8년간 장좌불와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한불교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관계자는 8년이라는 기간을 공식적으로 이야기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조계종 종정 법전 대종사는 지난 5월 28일(음력 4월 15일) 하안거 결제일을 맞아 법어를 내렸다. 법전 대종사는 “부처님이 법좌에 오르자마자 즉시 하좌하였습니다. 이를 보고 문수는 ‘여시하다’고 했습니다”라며 “부처께서 법좌에 오르자마자 내려오신 뜻이 무엇인지 결제대중은 하안거 내내 잘 참구해 보시기 바라며, 문수처럼 자기목소리를 내놓을 수 있도록 90일 동안 용맹심을 갖고 열심히 정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태고종 종정 혜초 대종사도 지난 5월 26일 내린 하안거 법어에서  “‘매서운 추위가 뼛속에 사무치지 않으면 어떻게 매화 향기가 코를 찌르랴’라고 읊은 황벽스님의 말처럼 고삐 끝에 붙잡고 밑이 드러날 때가지 한바탕 일을 치러서 마침내 고요해질 때까지 정진하면 그때 비로소 ‘따로 공부할 것이 없다’고 하는 소리도 귀에 들어올 것”이라며 “석 달을 한 길로 정진해 보라”고 권면했다.

한편 성철·법정스님 등은 하안거 해제 법어를 통해 삶에 지친 중생들에게 질책과 격려의 법어를 전한 바 있다.

성철스님(1911~1993)은 1989년 해인사 하안거 해제 법어에서 “해인사에 건달들이 많다. 중들은 공부를 안 하고, 신도들은 속아서 큰스님인 줄 알고 시주를 많이 한다면서” “중이면 중값을 하라”고 수행을 게을리 하는 승려를 호되게 질책 했었다.

법정스님(1932~2010)은 “더위가 극성이지만 다 한때입니다. 그 한때에 껶여선 안 됩니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어려운 일, 말 못할 사정이 있지만 거기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며 “가을바람이 불면 더위가 자취를 감추듯, 상황을 받아들이면 극복할 의지와 용기가 생긴다”고  2006년 길상사 하안거 해제 법어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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