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이건철 나주시 전라도정명천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동신대 관광경영학과 교수)이 동신대학교 교수연구실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2
지난 9일 이건철 나주시 전라도정명천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동신대 관광경영학과 교수)이 동신대학교 교수연구실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2

“일회성 행사 지양… 출향민부터 고향 나주 찾도록 만들어야”

나주천년사 발간, 마한문화권 연구 등 학술적 접근 노력 강조
“기념사업, 끝 아닌 시작… 평가·피드백 통해 추진결과 남겨야”

[천지일보 나주=이진욱 기자] “전라도 정명 천년, 나주는 이번 기회를 잘 살려 올해를 기점으로 과거 천년 나주읍성의 영화를 되찾고 혁신도시와 함께 미래 천년을 시민과 함께 열어가야 합니다”

지난 9일 만난 이건철(전 전남발전연구원장, 동신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나주시 전라도정명천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전라도 정명의 역사적 배경과 함께 “나주가 올해 정명 천년을 맞아 화려했던 1000년 전 옛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7일 전라남도 나주시 금성관 정수루에서 ‘천년의 기억, 천년의 소망울림’ 행사와 함께 나주의 새천년이 시작됐다. 전라도라는 이름은 고려 현종(9년)이 전주와 나주의 앞글자를 따서 ‘전라도’라고 이름을 지은 데서 비롯됐다.

이에 전라남·북도와 광주시는 정명 천년 ‘전라도 방문의 해’를 맞아 각종 문화행사와 기념물 건축, 천년의 숲 가꾸기 등 공동기획 관광상품을 개발, 추진 중이다. 특히 나주시는 ‘전라도’라는 이름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도시로서 천년 기념사업에 관심과 의미, 가치를 부여하고 준비에 임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쇠락의 길을 걸었던 전남 나주시는 다시 힘찬 날갯짓을 통해 원도심·나주혁신도시가 함께 인구 15만, 관광객 200만, 예산 1조원 시대를 열고 나주의 정체성을 살리고 천년 전의 영광을 회복한다는 비전을 내걸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나주시는 지방조례를 근거로 나주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시민 260여명과 시장, 시의원, 교수 등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나주시 전라도정명천년기념사업회(공동위원장 강인규 시장)를 출범했다.

정명천년기념사업에 대해 이건철 위원장은 “기념 전망탑 설치, 타임캡슐, 문화공연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전라도 방문의 해’와 같이 정한다고 해서 각 지역 지자체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외부관광객의 나주 방문보다 먼저는 70만에 이르는 나주 출향민이 고향을 방문하는 해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나주는 당시 4대문이 있던 읍성도시다. 또 고대역사문화도시로서 출향향우 및 그 가족에게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행사 마련이 필요하다”며 “그들이 애향심과 추억을 가져 전국에 나주홍보대사가 되도록 하는 것이 이번 천년사업이 성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고향에 나무를 심는 ‘나주 배나무 지주제’ ▲고향 돌담장 쌓기 ▲뿌리 찾기 투어 등과 같은 실질적인 기회와 계기를 마련해주는 이벤트를 예로 들었다. 올해는 새천년이 시작되는 원년으로 외부관광객 유치보다 ‘나주 사람들’이 먼저 나주를 반드시 찾아오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주천년사’ 발간도 이 위원장이 생각하는 중요한 사업 중 하나다. 그는 “현재 목포대 사학과 연구팀을 중심으로 천년사 발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책만 만들 것이 아니라 시민에게 널리 보급하고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라도의 주역, 미래 천년 나주의 주인공은 바로 시민인 만큼 ‘천년사’ 중간보고회, 학술세미나 등을 열어 나주의 역사도 알리고 자긍심도 회복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지자체에서 진행한 크고 작은 방문관광행사가 실패한 이유는 ‘이벤트식 일회성 행사였기 때문’이라고도 지적했다. 눈에 보이는 사업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사업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주천년의 의미를 제대로 찾아내기 위해서는 역사적 고증 등 학술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고 말한다. 현종이 무슨 이유로 전라도를 가장 먼저 세웠는지 등을 살펴봄으로써 나주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철 위원장은 영산강유역 발전 가능성에 대한 큰 그림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그는 영산강 유역의 고대마한역사문화권을 국가사업 차원의 ‘문화단지’로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전 세계 고인돌의 60% 이상이 한반도에 분포돼 있다. 호남지역에도 2만여기의 고인돌이 있다”며 “그만큼 영산강 고대마한역사문화권은 연구 주제가 많은 만큼 국가 차원에서 문화단지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라도 정명 천년기념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번 전라도 사업을 지자체가 연합해서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환영할 만 하다”며 “하지만 전라도란 이름에서 보듯이 실제 주인공인 전주와 나주가 손을 잡고 국가사업으로 지정해서 추진했어야 했다”고 아쉬움도 표했다.

그러면서 “정말 나주가 잘되고 지역이 되살아나기 위해선 정치권의 영향력과 국가예산이 중요한데 임기가 끝나면 유명무실해지고, 여러 가지 여건상 힘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면서 한계점과 어려움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민과 공무원에게도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주인공인 시민의 관심과 협력도 중요하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6개 분과 공무원의 마인드와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며 “올해 기념사업회가 끝나면 내년을 위해 반드시 추진한 사업과 결과에 대한 자세한 평가와 피드백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이벤트식 사업이 아닌 성공적인 ‘천년기념사업’이 되고 후대에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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