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이탈리아 중부 도시 마체라타에 반(反)파시즘 시위대 1만 5000명이 이탈리아 사회에서 점점 고조되고 있는 인종차별과 난민 반대 정서를 규탄하는 모습을 담은 현지 언론 보도 모습 (출처: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
10일 이탈리아 중부 도시 마체라타에 반(反)파시즘 시위대 1만 5000명이 이탈리아 사회에서 점점 고조되고 있는 인종차별과 난민 반대 정서를 규탄하는 모습을 담은 현지 언론 보도 모습 (출처: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

총선 전 반난민vs반차별 격돌

[천지일보=이솜 기자] 이탈리아에서는 내달 4일 총선을 앞두고 반(反) 난민·외국인 정서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저지하는 ‘파시즘·인종차별 반대’ 대규모 시위가 최근 열렸다.

10일 오후(현지시간) 중부 마체라타에서는 반파시스트 시위대 1만 5000여명이 운집해 ‘모든 파시즘,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앞세우고 행진을 했다. 파시즘·외국인협오주의 반대시위는 밀라노, 볼로냐, 토리노 등 대도시에서도 이어졌다.

앞서 지난 3일 마체라타에서는 나치즘과 파시즘을 신봉하는 극우 청년 루카 트라이니(28)가 차량을 운전하고 시내를 돌다가 2시간에 걸쳐 흑인 10여명에게 총격을 가해 이 중 흑인 6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트라이니 극우 청년은 범행 동기에 대해 마약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18세 이탈리아 소녀가 토막 살해된 채 가방 안의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을 들었다. 이 사건의 용의자로 나이지리아 난민 출신의 불법 마약판매상이 지목되자 소녀의 복수를 위해 흑인들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 두 사건은 이탈리아에 난민이 몰려와 몸살을 앓고 있는 이탈리아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며 앞으로 다가올 총선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반파시즘 시위는 파시즘을 창시한 베니토 무솔리니가 집권하던 과거로 역행하려는 분위기에 저항하려는 일반시민·정당·노조·비정부기구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현지 언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들은 “실업 문제 때문이라면 이민자나 난민이 아니라 정부를 비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한 아프리카인은 ‘파시즘-인종주의를 중단하라’ ‘난민 목숨을 갖고 장난치지 말라’는 종이를 들고 시위에 참가했다.

이탈리아는 2010년 금융 위기 이후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실업률·청년실업률이 유로존 내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높게 치솟고 있고 부족한 일자리 탓에 반난민 감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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