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10주기를 이틀 앞둔 8일 오용규 성북소방서 예방과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오용규 과장이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며 웃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0
숭례문 화재 10주기를 이틀 앞둔 8일 오용규 성북소방서 예방과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오용규 과장이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며 웃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0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대한민국 국보 제1호인 숭례문 화재가 발생한 지 정확히 10년이 됐다.

당시 현장책임관이었던 오용규(55) 성북소방서 예방과장은 10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이날을 잊을 수 없고,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기만 하다. 그는 자신의 생일은 잊어버리더라도 2008년 2월 10일 오후 8시 50분 화재발생 날짜와 출동시간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숭례문 화재는 그가 30년 가까이 소방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제주도가 고향인 그는 1991년 제주소방서에서 소방관 생활을 시작했다. 삼풍백화점 사건을 계기로 신설된 중앙119 구조본부에 합류하면서 서울에서 근무하게 된 그는 숭례문 화재가 발생하던 당시 중부소방서 진압팀장으로서 현장책임관이었다.

10년 전 그날 조용한 가운데 남대문에 화재발생 출동이 떨어졌고, 출동 초기 모든 대원들이 남대문시장 부근이라 큰일이 났다고만 싶었지, 설마 숭례문이라곤 생각을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몇 분 후 숭례문이라는 것을 알았고 도착 직전 멀리서 보니 하얀 연기가 용마루에서 분출되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회현119안전센터 대원들이 이미 2층 바닥에 물이 흥건할 정도로 화재를 진압하고 있었으나 불꽃은 보이지 않지만 연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에 “평소에 일반건물 화재를 진압한 경험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고, 출동했던 소대장들도 어찌된 영문이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작전을 짜면서도 누구 하나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안타까운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이 그 이름만큼이나 웅장한 규모와 지붕구조가 출동했던 소방관들을 무색하게 만들어 놨고, 5분도 안되어 도착해서 화재를 진압하기 시작했으나 불을 진압하는 데는 2시간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또 “화재를 진압하려는 노력에 비해 성과는 미미했지만 수십 대의 소방차와 수백 명의 대원들의 사투로 성벽과 성문, 성문 위의 이층 누각 중 1층의 대부분을 살렸고 복원하는 데 많은 부분을 재활용해 숭례문이 국보로서 지니는 가치로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이 조금의 위안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오용규 과장은 여전히 국보 1호를 온전하게 보존하지 못한 심정 때문에 역사 앞에 늘 죄인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는 그날 출동했던 대원들 모두 비슷한 심정일 것이라고 말한다.

5년 전이자 화재 발생 5년 만에 복원 완료돼 완공식이 열린 2013년 5월 4일. 이날도 그는 가슴 벅찬 순간으로 남아 있다.

그는 최근 충북 제천, 경남 밀양 대형 화재참사가 잇따라 발생하는 것을 보며 함께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 그는 이런 문제들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건축법에 관해 규제는 완화하되 소방안전에 대한 것만은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요양병원만 해도 화재가 나면 대책이 없을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대피시켜야 하는데, 근무인력도 부족한 데다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도 많다”면서 “면적에 의해 의무설치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 같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오용규 과장은 봉사활동도 열심히 펼치고 있다. 1991년 소방관에 임용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쳤고, 2010년 이후 누적시간만 5000시간이 넘는다. 노인복지관, 노숙인 시설 등에 가서 설거지에서 청소, 급배식까지 봉사 종류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는 성북구가 자원봉사자의 날(12월 5일)을 맞아 5000시간 이상을 봉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봉사왕’ 인증서와 메달을 2016년에 수여하기도 했다.

오용규 과장이 노숙인 급식소에서 배식 봉사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0
오용규 과장이 노숙인 급식소에서 배식 봉사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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