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면 대곡리의 사연댐 상류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 사진. 주로 동물그림이 많은데 특히 고래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인물상과 배, 사냥이나 수렵용구,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기호 등도 섞여 있다. (사진제공: 울산시)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문자가 없던 선사시대에는 바위에 그림을 그려 신에게 소원도 빌고 정서와 사상 등을 표현했다. 바위그림, 즉 암각화는 당시의 역사와 문화, 신앙과 생각, 미의식과 상징 등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암각화는 그림에서 갈라져 나온 문자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의 모든 문자는 그림에서 출발해 상형문자, 더 나아가 쐐기문자나 알파벳과 같은 기호문자로 나타났다.

실제로 북방초원의 암각화에는 한자의 기원이 되는 수많은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한자는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문자로 사물의 모양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다.

선사인들은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바위에 그림을 그렸다. 당시 바위에 그림을 새길 수 있는 도구가 발달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바위의 특징인 부동성(浮動性) 불멸성(不滅性) 융기성(隆起性) 때문에 선사인들은 암각화를 선호했다.

바위는 사람과 항상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제사를 지내는 제단, 회의나 법을 집행하는 장소 등으로 이용될 만큼 흔해서 그림을 그리는 데 적합했다.

그림이 새겨져 있는 바위는 대체로 평평하고 넓은 게 특징이다. 지역의 집단을 이끄는 지도자나 제사장이 종교적인 의례를 거행하거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장소로 그림이 그려진 바위 주변을 택했다. 이는 바위그림이 변하지 않는 기록이라는 믿음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바위에 그림을 새기는 방법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단단한 돌이나 또는 다른 도구를 사용해 바위를 두들기고 쪼아서 형상을 묘사하는 방법과 쪼아낸 후에 그 부분을 갈아서 더 깊고 매끈하게 만드는 방법, 또 날카로운 금속도구를 이용해 바위 면을 그어 가는 선을 만들어 형상을 묘사하는 법이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새김법은 당시 사회적 문화가 반영돼 있으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방법이 달라지기도 해 시대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한편 국보 285호인 울산시 반구대 암각화는 바위 겉면에 풍화를 가속시키는 물질이 포함돼 훼손이 일어났다고 발표됐다. 하지만 6일 열린 반구대 암각화 학술연구 중간보고회를 통해 암면의 풍화를 가속시키는 물질인 스멕타이트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보존 방안 계획이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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