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선아 기자]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9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9

한국서 라이선스 공연… 전 세계 최초

인물 내면 묘사 빈약해 설득력 떨어져

의상·무대·안무 등 화려한 볼거리 넘쳐

베테랑 배우들 연기, 두말하면 잔소리

[천지일보=이혜림·지승연 기자]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 뮤지컬 사이에서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뮤지컬이 한국을 방문했다.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하게 된 러시아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가 그 주인공이다.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는 뮤지컬의 본고장으로 불린다. 흔히 웨스트엔드 뮤지컬은 음악과 극의 주제를 중시하는 것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쇼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위 정치가 ‘카레닌’의 아내인 ‘안나’는 매력적인 장교 ‘브론스키’와 불같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안나는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브론스키는 약혼자 ‘키티’를 배신한 채 둘만의 사랑을 이어간다.

안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브론스키를 택했지만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브론스키의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느 날 소프라노 ‘패티’의 공연을 보러 간 안나는 사람들의 멸시에 모욕을 느끼고, 패티의 노래를 들은 후 기찻길에 자신의 몸을 던져버린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3대 걸작 중 하나인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19세기 러시아 사람들의 삶을 다루며, 인간의 감정과 사회구조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나타나 있어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았다. 톨스토이는 자신을 소설 속 인물인 ‘레빈’에 투영시켜 안나와 대조적인 삶을 사는 인물로 표현했는데, 두 사람의 반대되는 결말은 사회적인 이슈를 얻기도 했다.

소설은 다른 예술 장르에도 영향을 끼쳐 오페라·발레·영화 등으로 끊임없이 변주됐다. 이번에 공연 중인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원작자의 고향 러시아에서 만들어졌다.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9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9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된 러시아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화려함으로 무장했지만 옥에 티가 아쉬운 작품이다.

뮤지컬의 옥에 티는 인물의 내면 묘사다. 뮤지컬은 원작에서 안나의 일생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작품을 이끌어가던 레빈의 분량을 대폭 줄이는 선택을 했다. 레빈의 분량이 줄어든 만큼 안나에 대한 묘사가 섬세해졌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안나가 브론스키를 사랑하게 된 계기부터 권태·비참함을 느끼고 생을 마감하는 데까지 어떤 심리였는지 추측하는 건 관객의 몫이다.

하지만 작품은 굉장히 열정적이고 다채로운 분위기로 러시아 뮤지컬의 매력을 뿜어낸다. 무엇보다 관객을 사로잡는 것은 에너지 넘치는 애정신 연출이다. 뮤지컬은 찰나의 불꽃을 튀기며 사랑에 빠지는 안나와 브론스키의 모습을 격정적인 키스신 등의 연출로 잘 표현한다.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9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9

다른 연출도 강렬한 이미지를 준다. 배우들의 옷은 장면마다 바뀌며, 앙상블의 의상도 빨강·초록 등 강렬한 원색이 많아 관객의 시선을 끈다. 초대형 LED 스크린을 활용한 무대 또한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기차·눈발·밀밭·보름달·연회장 등을 표현해 감탄을 자아낸다.

장면의 상황마다 전혀 다른 느낌의 안무를 선보이는 것도 색다르다. 공연에서는 발레 동작을 응용한 안무와 격식을 차리지 않고 자유롭게 추는 현대무용을 감상할 수 있다. 상반된 분위기의 춤들이 번갈아 나오지만 상황에 어울리는 동작들이라서 위화감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폴란드 민속무용 마주르카와 다양한 박자의 왈츠는 관객을 19세기 사교계로 소환시키며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화려한 연출에 배우들의 열정이 더해지니 뜨거운 뮤지컬이 탄생했다. 이날 기자가 본 무대에는 배우 정선아와 민우혁이 각각 안나와 브론스키로 분했다. 뮤지컬계에서 이미 정평이 난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케미는 두 말하면 입 아프다.

패티 역의 소프라노 강혜정은 이 작품을 볼만한 공연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단 한 장면에서 등장해 아리아를 부른 그는 공연장의 공기를 바꿔 놓으며 관객의 열렬한 환호를 이끌었다.

설득력은 아쉽지만 화려함으로 관객을 매료시키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오는 25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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