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캣츠’ 공연 스틸. (제공: 클립서비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9
뮤지컬 ‘캣츠’ 공연 스틸. (제공: 클립서비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9

오케스트라석 숨긴 섬세한 무대연출 돋보여

배우, 몸짓만으로 캐릭터 성격·감정 표현

[천지일보=이혜림·지승연 기자] 37년 전 인간과 똑 닮은 모습으로 관객의 마음을 울렸던 고양이들이 다시 한번 관객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이번에 공연 중인 뮤지컬 ‘캣츠’는 초연 이후 시간이 흐른 만큼 새로움도 덧입었다.

어느 도시의 뒷골목 쓰레기장에 젤리클 고양이들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인다. 이 축제에서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의 선택을 받은 고양이는 천국으로 보내지고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 축제에는 쥐들에게 음악과 뜨개질을 가르치는 ‘제니 애니닷’ 바람둥이 ‘럼 텀 터거’ 뚱뚱한 부자 ‘버스터퍼 존스’ 등 고양이 30마리가 모였다.

고양이들이 저마다의 얘기를 하고 있을 무렵, ‘그리자벨라’가 나타난다. 그는 한때 아름다웠으나 젤리클을 떠나 바깥 세상에 나갔다가 늙고 추한모습으로 돌아왔다. 고양이들은 그를 반겨주지 않고 쫓아내며 자신들만의 축제를 이어나간다.

뮤지컬 ‘캣츠’는 T.S.엘리엇의 우화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1939)’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1981년 뮤지컬의 본 고장인 영국 웨스트 엔드에서 초연됐으며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과 함께 4대 뮤지컬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뮤지컬은 2014년 ‘메모리를 새롭게 기억하라’는 슬로건 아래 새로운 버전으로 리바이벌 됐다. 새로운 버전의 뮤지컬 ‘캣츠’는 지난해 아시아 첫 무대로 한국을 방문했고 전국 12개 도시 순회 공연 이후 현재 서울에서 앙코르 공연 중이다.

뮤지컬 ‘캣츠’ 초연 이후 3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작품이 주는 감동은 그 명성과 비례했다.

뮤지컬 ‘캣츠’ 공연 스틸. (제공: 클립서비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9
뮤지컬 ‘캣츠’ 공연 스틸. (제공: 클립서비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9

극장에 들어선 관객의 눈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것은 무대다. 보통의 뮤지컬의 경우 무대 바로 앞에 오케스트라 공간이 마련 돼 있으나 ‘캣츠’ 무대에는 오케스트라석 대신 고양이들이 뛰어 다닐 수 있는 절벽이 자리하고 있다. 오케스트라는 객석에서 보이지 않는 숨겨진 공간에서 연주한다. 오케스트라석 없는 무대는 완전한 고양이 세계가 되고, 젤리클에 대한 관객의 판타지는 깨지지 않는다.

또 폐타이어와 버려진 구두 등은 고양이의 시선에서 본 모습 그대로 3~10배 부풀려져 무대 위에 등장한다. 이 무대 장치 덕에 관객도 고양이에게 동화된 채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30여마리의 고양이들을 구분시켜 주는 의상과 분장도 눈에 띈다. 쌍둥이 고양이를 제외하고 모든 고양이가 저마다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어 구분이 쉽다. 특히 리바이벌 버전에선 이야기의 핵심 축이 되는 고양이들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분장에 변화를 줬다. ‘그리자벨라’는 부드러운 결의 긴 머리 가발과 누추한 코트를 착용했고, 악당 ‘맥캐버티’는 삐쭉 솟은 털과 길어진 발톱을 달아 악한 모습을 강조했다.

뮤지컬 ‘캣츠’ 공연 스틸. (제공: 클립서비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9
뮤지컬 ‘캣츠’ 공연 스틸. (제공: 클립서비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9

 

 

뮤지컬 ‘캣츠’가 오랫동안 매력 넘치는 뮤지컬로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배우와 관객 사이의 심리적·물리적 거리가 멀지 않다는 점이다. 뮤지컬은 무대 위가 아닌 객석에서 시작된다. 또 중간 중간 배우들이 객석으로 튀어나와 관객에 얼굴을 들이밀고 합창을 하는데, 이때 배우의 숨결도 바로 느낄 수 있어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인터미션 20분 동안 무대를 떠나지 않는 젤리클 고양이들과 놀 수 있다는 게 이 뮤지컬만의 특별한 점이다.

뮤지컬은 대사·넘버보다 군무와 안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별한 이야기 구조 없이 고양이들이 각자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데, 이때 움직임으로 캐릭터의 감정은 물론 성격까지 표현해낸다. 특히 인상적인 배역은 ‘그리자벨라’와 ‘미스터 미스토펠리스’다.

뮤지컬 ‘캣츠’ 공연 스틸. (제공: 클립서비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9
뮤지컬 ‘캣츠’ 공연 스틸. (제공: 클립서비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9

그리자벨라 역의 로라 에밋은 과거를 회상하는 넘버 ‘메모리’를 부르기 전 독무를 추는데, 춤만으로도 비참함·서글픔·짜증의 감정을 나타낸다. 마술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역의 크리스토퍼 파발로로는 경이로울 정도의 발레 턴과 공중부양을 선보이며 ‘다른 고양이들과는 달리 대단한 능력이 있는 고양이’를 간접적으로 표현해낸다.

한국 뮤지컬 역사상 최초로 누적 관객 수 200만을 돌파하며 명성을 지키고 있는 뮤지컬 ‘캣츠’는 오는 18일까지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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