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강원 평창군에서 열린 ‘올림픽 휴전벽 제막행사’에서 참석자가 휴전벽에 서명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2018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5
5일 강원 평창군에서 열린 ‘올림픽 휴전벽 제막행사’에서 참석자가 휴전벽에 서명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2018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5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한국에서 가장 고립되고 개발이 덜 됐으며 북한과 긴 국경선을 공유하는 강원도. 그곳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

지난 3일 뉴욕타임즈(NYT)에 소개된 평창의 모습이다. 무명의 도시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것을 두고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이들의 승리였다”고 NYT는 평가했다

이처럼 작고 외진 마을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점으로 대한민국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과 더불어 4대 국제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유치한 다섯 번째 나라가 됐다. 4대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하계올림픽·동계올림픽·월드컵·세계육상선수권대회다. 하·동계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국가도 8개국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저녁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간의 금빛 레이스가 펼쳐진다.

오늘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평화의 마을 평창. 삼수 만에 이룬 동계올림픽 유치과정과 유치 공신들의 어제 오늘을 정리했다.

◆이름의 신비 입증한 평창, 평화창성의 준말

2003년, 2007년 두 번의 고배를 마시고, 동계올림픽 유치에 마침내 성공한 평창. 풍수가나 역사학자들은 평창의 지역 이름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금의 평창은 평안창성(平安昌盛) 또는 평화창성(平和昌盛)의 준말이다.

평창의 통일신라 때 이름은 ‘백오(白烏)’ 흰까마귀였다. 예부터 삼족오(세발 까마귀)를 태양 속에 사는 새라 여겨 신성시 했듯이, 흰까마귀의 고장 평창은 1000년이 넘은 상서로운 지역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이런 예사롭지 않은 이름을 가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북한도 참가해 ‘평화올림픽’ 조짐이 보이자 더더욱 ‘평창’이 이름값을 한다는 평이다.

우리나라 각 마을의 이름은 과거 풍수가나 학자들이 지형이나 지역의 기운을 보고 정해 예언이 되는 경우가 많다. 평창도 동계올림픽 유치로 한반도 평화를 넘어 세계 평화의 교두보가 될 조짐을 보이면서 또다시 이름의 신비를 입증했다.

강원도 평창군. (제공: 평창군청)
강원도 평창군. (제공: 평창군청)

◆88올림픽 유치도 어려웠다…평창 유치, 하나됨의 승리

사실 30년 전 열린 88서울올림픽 유치도 쉽지 않았다. 당시도 북한의 테러 위협에 1974년 아시안게임 유치를 포기한 전력이 있는데다 어수선한 한국의 정치 상황이 국제사회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유치위원장을 맡은 정주영 현대 창업자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분단국인 한국이 올림픽을 유치해 올림픽 정신을 회복하겠다는 그의 주장에 국제사회가 공감을 표한 것이다. 정 회장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문에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불참했고, 4년 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소련 등 공산 국가들의 불참으로 반쪽 올림픽이 됐다. 두 번이나 손상된 올림픽 정신을 분단국인 한국에서 회복하는 것은 역사적인 일이다”며 국제사회를 설득했다.

평창이 외지고 무명 도시였던 만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전은 더더욱 눈물났다. 2003년 체코 프라하에서 1차투표 1위를 하고도 결선투표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패했다. 4년 뒤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에서도 1차 승리 후 결선에서 러시아 소치에 졌다.

두 번의 패배는 국가적인 위기감과 함께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여야도 모두 협조했다. 2010년 6월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당시 박근혜·나경원 의원 등 여야 의원 284명이 공동 발의한 ‘2018 평창올림픽 유치 지지 결의안’에는 ‘동계올림픽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대한민국의 평창에서 개최될 경우 동북아 평화와 인류 공동 번영에 크게 기여함과 동시에 IOC가 지향하는 세계 평화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 구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수감됐던 이건희 회장을 움직여야 한다는 여론도 거셌다. 이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2009년 말 사면(赦免)받은 뒤 1년 반 동안 총 10차례, 170일 동안 해외 출장을 다녔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해 “평창이 올림픽을 유치한다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피겨 퀸’ 김연아 선수,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선수 등도 총력전을 펼쳤다. 이런 결과로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7월 7일 마침내 남아공 더반에서 ‘평창’ 유치가 확정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123차 연차총회 때였다. 점심과 저녁을 거르며 IOC 위원들을 만난 이건희 삼성 회장은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평창 유치 일등공신 MB, 이건희는 검찰과 사투 중

이명박 대통령이 2011년 남아공 더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도시 발표식에서 이건희 IOC 위원과 악수하며 자축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명박 대통령이 2011년 남아공 더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도시 발표식에서 이건희 IOC 위원과 악수하며 자축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하지만 유치 일등공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정작 평창 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검찰과 마주하고 있다.

이 회장은 개막 하루 전인 8일 조세 포탈 혐의 피의자로 입건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회장은 차명계좌 260개를 통해 82억원의 조세를 포탈했으며 이 계좌들의 자산 규모는 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사흘만이다. 경찰은 이 회장이 의식불명 상태여서 진술이 어렵다고 의료진이 확인함에 따라 횡령 혐의와 관련해서는 이 회장을 시한부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삼성 측은 차명계좌 자금의 정체에 대해 “이병철 회장의 차명재산을 상속받은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희 회장이 입건된 8일 오후 검찰은 이명박 전(前)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삼성이 대납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평창 개막식에 초대를 받긴 했으나 측근들의 배신으로 구속을 코앞에 두고 있다. 개막식 당일인 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국 10여 곳의 차명재산을 관리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MB 정부 때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한 것으로 알려진 전 국정원장 등도 수사선상에 올라 올림픽 이후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이 유력시 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일등 공신들의 검찰과의 사투는 권력무상(權力無常),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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