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계국이 발표한 2009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약 68억 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서 말은 있으나 문자가 없어 글을 사용 못하는, 소위 문명의 이기를 맛보지 못해 문맹(文盲)상태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가 약 7억여 명에 이른다. 이 수치는 지구촌 인구의 10%에 해당하니 결코 적은 숫자도 아니요 적은 일도 아니다.

우리 인간은 어느 지역의 그 누구든 간에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났다. 그 권리를 누리기 위한 가장 기본적 필수요건이 있다면 바로 문자다.

일찍이 문명의 발상지마다 문자가 생겼고, 그 문자를 통해 문화를 꽃피워 왔다. 문화란 문자를 통해 시작되고 또 완성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화(文化)’ 즉, 글자를 통해 발전하고 변화한다는 글자의 뜻을 통해서도 깨달을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그 어디보다 한국인이 이 같은 사실을 먼저 인식하고 인류의 보편적 자유와 평등과 행복한 미래를 위해 앞장서고 있으니 참으로 고무적인 현상이다.

더욱이 정부차원도 아닌 순수 민간기관 내지 민간에서부터 일어나고 있는 세계적 문맹퇴치 운동의 발로는 글로벌 리더국의 면모를 갖춰 가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은 우리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했다. 학생들은 서울을 방문, 한글창제의 주인공이신 세종대왕을 알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글의 우수성과 한글이 작금의 자국에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갔다. 지금은 한국어로 된 홈피까지 열었다. 그리고 한글로 자국의 역사를 안내하고 있으며, 찌아찌아족에 대해 궁금해 하는 내용들은 한글로 자세히 설명해 놓기도 했다.

우리는 문자의 위대함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각국의 역사와 문화는 자국(민)의 뿌리요 생명이다. 언제 사라질지 모를 생명이 바로 한글을 통해 발견케 되고 이어가게 하는 순간이다. 찌아찌아족의 역사와 문화는 단순 그들만의 것이 아닌 인류의 역사와 문화유산이기에 우리는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키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와 같이 인류의 중대 사업에 바로 우리의 한글이 있으며, 이를 널리 알리며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사람들이 있어 멋지고 흐뭇하다.

찌아찌아족 뿐만이 아니다. 필리핀의 소수부족 중 하나인 다바오 지역의 다바오 족을 포함, 문자 없는 7개 부족에 한글을 가르쳐 한글의 우수성과 효율성을 직접 느끼게 해 주겠다는 한나본(한글사랑 나라사랑 국민운동본부, 회장 함은혜)과 또 함께하는 대학생들이 있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12월과 올 4월에 이 지역을 방문해 100여 명의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그리고 지난 7월 5일 출국, 15일 동안의 봉사활동 기간을 통해 한글을 더 알리고 가르치고 돌아오게 된다.

일제치하에서 말과 글을 강제로 잃고 정신마저 잃어가고 있을 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속 채영신과 박동혁의 농촌계몽운동 즉, 글을 통해 눈을 띄워 주던 심훈의 상록수가 연상되는 순간이다. 지구촌에 흩어져 있는 소수민족의 문화와 역사 또한 그들이 지키고 누려야 할 정신이며 권리다.

그러나 말은 있으되 글이 없어 그 정신이 사라져 가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거울삼아 우리 것만 옳고 타 민족의 정신과 문화를 말살하는 민족이 아니라 그들의 역사와 문화와 정신을 찾아 계승하게 하는 대승적 기질을 가진 민족이 돼야 한다.

한글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깨달아야 하는 것은 우리 것을 알린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인류 공동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 한글이 우리에게 먼저 주어졌다고 생각하고, 세종대왕이 남긴 업적 즉, 이 한글은 우리의 글이 아니라 인류의 글임을 알게 해야 하는 의무가 우리 양 어깨에 있음을 깨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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